검찰이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 주범인 공모(27ㆍ구속)씨가 근무하던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면서 범행 배후와 윗선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현직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은 매우 이례적인 일인 만큼 검찰이 수사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반면 경찰은 자신들이 공개한 1억원 거래 수사 결과를 놓고 또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비난을 자초했다.
경찰은 이날 하루 종일 갈팡질팡했다. 오전 11시쯤 국회 의원회관 등에 대한 검찰의 공개 압수수색이 실시되는 상황에서 경찰도 오후 1시30분 사건 브리핑을 예고했다. 사전에 공개한 자료에서 경찰은 공씨와 공씨의 지시로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IT업체 K사 대표 강모(25ㆍ구속)씨에게 1억원을 송금했던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김모(30)씨가 전날 밤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에서 말을 바꾼 점을 근거로 "(1억원 중) 1,000만원은 디도스 공격에 대한 대가성 금액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은 공씨의 단독, 우발적 범행"이라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경찰은 김씨가 공씨 등과 평소에는 금전거래가 없다가 디도스 공격을 전후해 돈을 주고 받았던 점, 차용증도 작성하지 않고 거액을 빌려준 점 등도 대가성의 근거로 꼽았다.
하지만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해당 자료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오간 돈이 이번 사건과 관련한 금전거래가 아니라는 판단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강씨가 김씨 등과 돈을 주고 받은 내용을 자신의 태블릿PC에 적어둔 점, 디도스 공격이 사전에 준비된 정황이 없는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 관계자는 또 "보도자료가 성급하게 작성되는 과정에서 과도한 표현이 들어간 만큼 보도자료 내용은 무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같은 내용을 두고 경찰이 왔다갔다한 모양새였다. 경찰이 또 다른 눈치를 보고 있지 않느냐 하는 의구심을 일으키는 대목이다.
어쨌든 검찰이 현역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비록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제출받는 식으로 끝났지만 국회의장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까지 발부받아 집행에 나선 것은 공씨의 단독범행이라는 경찰 수사결과를 뒤엎을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경찰로부터 수사의 바통을 이어받은 검찰이 검ㆍ경 수사권 조정 갈등 국면에서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예상보다 더 철저한 검증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디도스 공격 관련자들 간 돈 거래의 대가성 여부에 의문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이미 경찰 수사의 허점을 상당 부분 찾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검찰 관계자들도 디도스 공격을 전후해 송금된 1,000만원과 9,000만원이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일 가능성이 있다는 세간의 의심을 수사 프레임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검찰도 아직까지는 김씨가 소명한 자금 출처 부분에서 이를 뒷받침만한 정황은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ㆍ경의 희비는 검찰이 김씨의 자금 출처에 대해 벌이고 있는 광범위한 계좌추적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전날 "김씨가 전세 여윳돈 1억7,000만원에서 1억원을 송금했다"고 설명했다가, 이날은 김씨가 1억원을 신용대출받았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혔다. 이 때문에 자금출처에 대한 객관적 물증이 나오기 이전에 디도스 공격 관련자들이 거짓 해명의 늪에 빠져 스스로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