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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엽 팬택 부회장 "사퇴 선언, 벼랑 끝서 호소하는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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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엽 팬택 부회장 "사퇴 선언, 벼랑 끝서 호소하는 심정이었다"

입력
2011.12.1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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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잠을 설친 듯 초췌해 보였다. 불면증이 심해져 요즘은 수면제를 먹고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다고 한다.

15일 오전 8시30분.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 지하주차장에서 몇 십 분을 기다린 끝에 출근하는 박병엽(사진) 부회장을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지난 6일 "연말을 끝으로 CEO에서 물러나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이후 첫 출근이었다. 그 동안 박 부회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바이어들을 만나 판매 계획 등을 논의했고, 귀국해선 지방을 돌면서 채권자들을 만나 채무상환 및 연장문제를 설득하고 다녔다.

인터뷰를 사양하는 박 부회장에게 근황부터 물어봤다. "거의 끊었던 담배가 다시 하루 2갑으로 늘었네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왜 사의를 표명했던 것인지, 채권단과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워크아웃 졸업은 어떻게 되는지, 경영복귀는 어떻게 되는 건지, 계속 물어봤다(박 부회장의 얘기를 문답으로 정리해 봤다).

-채권단과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연말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채권단 사이에 이해관계가 엇갈렸어요. 몇몇 채권단은 조금도 손해를 감수하려고 하지 않았죠. 그대로 가다가는 워크아웃 졸업 차원이 아니라 회사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스마트폰 시장은 전쟁터처럼 돌아가는데, 우리로선 정말로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사퇴를 발표한 건가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아무것도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내가 이 회사 최고경영자인데 회사는 살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목 놓아 호소하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사퇴 발표를 하고야 말았습니다."

-사퇴선언이 채권단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정상화가 늦어져 회사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CEO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당시로선 그럴 수 밖에 없을 만큼 절박했었지요."

박 부회장의 전격적인 사퇴선언 이후 워크아웃 졸업문제는 빠르게 풀려나갔다. 무리한 담보요구로 팬택을 궁지로 몰았던 일부 채권단은 사실상 졸업에 동의한 상태다. 채권단으로서도 '박병엽 없는 팬택'은 존립할 수 없고 팬택이 망가지면 채권회수도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만큼, 결국 박 부회장의 퇴진발표 이후 양측의 힘겨루기는 결국 팬택 쪽의 승리로 기울게 됐다. 사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상황임에도 17분기 연속 흑자를 내고 ▦단 한번의 연체도 없으며 ▦숨가쁜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굳힌 팬택이 잘못 될 경우 "채권단 이기주의가 워크아웃 모범기업과 창업신화의 주역을 사지로 몰았다"는 비난여론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원했던 워크아웃 졸업이 일단 가능해진 만큼, 박 부회장의 다음 수순은 뭘까.

-그럼 이제 경영에 다시 복귀하는 건가요.

"채권단이 대주주이니까 채권단이 정할 문제이지요. 하지만 워크아웃 5년 동안 정말로 죽을 만큼 일만 했습니다. 전 직원이 똘똘 뭉쳐 기적적으로 회사를 살려냈습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한번 지독하게 일해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복귀한다는 것을 전제로 내년 경영계획을 말씀해주시지요. 스마트폰 시장경쟁이 올해보다 훨씬 더 치열할 텐데요.

"팬택의 올해 휴대폰 판매대수는 1,350만대를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걸 매년 30% 이상 늘려가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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