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블랙홀이 거대한 가스구름을 집어삼키는 보기 드문 우주쇼가 2013년 궁수자리에서 펼쳐진다. 블랙홀이 가스구름을 빨아들일 때 블랙홀 주변부에서 발생하는 복사광선을 이용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블랙홀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관측할 수 있어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의 비밀을 한꺼풀 벗겨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유럽남방천문대(ESO)가 칠레에 있는 극대배열전파망원경(VLT)을 이용해 지구에서 7만5,000광년 떨어진 우리 은하 중심부에서 거대한 가스구름이 궁수자리 A*(A Star) 블랙홀로 접근하는 모습을 관측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질량이 지구의 세배인 이 가스구름은 현재 초속 2,350㎞의 속도로 블랙홀로 향하고 있는데, 이는 7년 전보다 두 배나 빨라진 속도다. ESO는 이대로라면 2013년 중반쯤 이 초대형 가스구름이, 한번 들어가면 결코 진로를 되돌릴 수 없는 블랙홀의 경계지점(이벤트 호라이즌ㆍ사상의 지평선)에 다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은 태양보다 질량이 400만배 정도 더 큰 천체인데, 중력이 너무 커 빛도 이 곳을 탈출할 수 없다. 빛이 통과하지 못하니 당연히 검은 구멍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스구름이 블랙홀 영향권에 들어가면 이 암흑 천체가 감췄던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게 된다. 가스구름은 항성과 달리 중력이 크지 않아 블랙홀 근처에서 제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옆으로 퍼진 원반 모양을 형성하게 되는데, 가스구름이 블랙홀 소용돌이를 초고속으로 회전하며 마찰열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고, 여기서 복사선이 방출돼 이를 통해 블랙홀의 외형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블랙홀이 이 가스구름을 완전히 빨아들이는 데는 약 10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그 기간 동안 천문학자들은 궁수자리 A* 블랙홀 주변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충분히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관측에 참여한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슈테판 길레센 박사는 "블랙홀이 어떻게 천체를 먹어 치우는지를 보는 첫 번째 기회가 될 것"이라며 "매우 흥미로운 장면이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이번 발견은 과학저널 네이처의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