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코끼리' 이슬기(24ㆍ현대삼호중공업)가 올해 모래판을 휩쓸었다.
인제대 출신인 이슬기는 '영원한 천하장사' 이만기 인제대 교수의 지도를 받은 뒤 모래판에 뛰어들었다. '제2의 이만기'로 각광 받았지만 2007년 입단 후의 성적은 초라했다. 지난해까지 장사 타이틀 없이 백두급(160㎏ 이하) 1품이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정상 등극을 위해 칼을 갈았던 이슬기는 설날, 보은, 천하장사 대회에 이어 단체전(7전4선승제) 최강전인 한씨름 큰마당까지 접수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186㎝, 140㎏의 이슬기는 15일 경북 문경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 한씨름 큰마당 왕중왕전에서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이슬기는 4강과 결승전에서 모두 상대를 제압하며 팀의 한씨름 큰마당 2연패에 앞장섰다. 단체전 우승트로피까지 획득한 이슬기는 올 시즌 4관왕에 오르며 '이슬기 시대'를 예고했다.
준결승에서 울산동구청을 4-2로 물리치며 결승에 오른 현대삼호는 '돌풍의 팀' 의성군청을 만났다. 의성군청은 장사 출신이 한 명도 없지만 준결승에서 우승후보 용인백옥쌀을 꺾은 파란의 팀. 현대삼호는 한라장사 최강자인 김기태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씨름명가다운 실력을 뽐냈다.
1번 주자 태백급(80㎏ 이하) 정재욱이 안해용에게 패한 현대삼호는 금강급(90㎏ 이하) 안태민이 길선일을 2-0으로 물리쳐 균형을 맞췄다. 한라급(105㎏ 이하) 이준우와 백두급 이슬기가 잇따라 승리하며 승기를 잡은 현대삼호는 경기 스코어 3-2에서 태백급 한다복이 서병욱을 모래판에 눕히며 승부를 마무리했다.
이슬기는 "올해 할 수 있는 우승을 다했다. 마지막 단체전까지 우승을 해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슬기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민속씨름 최정상에 섰다. 연습벌레 이슬기는 "외박도 반납하고 훈련했다. 장사 타이틀에만 눈이 멀었기 때문에 쉴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슬기는 평일 4차례, 주말 2차례 훈련을 꾸준히 소화해냈다.
씨름인생의 전환점은 2010년 추석장사대회. 이슬기는 당시 이태현과 결승전에서 0-3으로 패했다. 그는 "당시 이 정도로 하면 영원히 장사 타이틀을 차지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뒤도 안 돌아보고 훈련에만 매진했다. 그렇다 보니 스피드와 기술, 경기 운영 능력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슬기는 평소 야구장, 농구장 등을 자주 찾는다. 프로정신을 본받기 위해서다. 2012년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그는 "쉽지 않겠지만 전관왕을 차지하고 싶다. 그리고 올해보다 장사 타이틀을 더 따낼 것"이라고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경기 후 헹가래를 받은 김은수 감독은 "선수들이 모래판에 내려꽂아 순간적으로 숨을 쉴 수 없었지만 우승만 한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기뻐했다.
문경=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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