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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최고 유격수로 우뚝 선 섬소년 이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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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최고 유격수로 우뚝 선 섬소년 이대수

입력
2011.12.1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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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잡초였다. "알고 보니 흙 속의 진주였다"는 말도 들어본 적 없다. 그러나 잡초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고 했다.

한화 내야수 이대수(30) 얘기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지 4일이나 됐지만 그는 여전히 '뒷풀이' 중이다.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다 방송 출연, 그리고 스튜디오 사진 촬영까지 정신이 없다고 했다. 이대수는 15일 "야구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스럽다"면서도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 제대로 즐기려 한다"고 미소 지었다.

이대수는 시상식 수상 소감에서 부모님을 생각하며 울먹였다. 그는 "이 자리에 부모님 오셨다. 오늘만은 정말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이 '왜 울었냐'며 놀리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대수는 "오히려 주위 분들이 더 울었다. 모두 감격했다"며 "그 자리에 계셨던 부모님은 펑펑 우셨다"고 말했다. 평소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는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눈가가 촉촉했다.

이대수는 "내년 시즌 골든글러브를 또 받는다면 오늘부터 매일 울 수도 있다"며 "힘들었던 기억들이 머리 속에 스쳐갔다. 그만큼 절실했다. 꿈이 이루어져 정말 기뻤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대수는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쌍방울이 1999년 해체되는 바람에 2년 뒤에야 SK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이후 10년간 3개 구단에 몸 담으며 1, 2군을 오갔다. 2009년 두산에서는 주전 유격수로 뛰기도 했지만 결국 경쟁에서 밀렸다. 힘든 과거를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오기와 가족이었다.

이대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당시에는 배를 타셨던 아버지가 바닷가로 데려가 일을 시키셨다.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나를 데리고 일을 했을까 생각했다.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열심히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어떤 일을 하든 무조건 성공해야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다"고 했다.

그의 부모님은 여전히 군산 신시도에서 김 양식을 일을 한다. 그는 "지금은 김을 거두는 시기인데 날씨 변덕이 심해 농사가 잘 되지 않았다. 1년 동안 고생한 부모님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대수가 태어난 신시도는 전라북도 군산시 남서쪽 26㎞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참가했던 멀리 던지기 대회에서 이대수는 군산 중앙초교 야구부장의 눈에 들었다. 이대수는 아버지, 어머니의 반대를 뒤로하고 신시도를 떠났다.

이대수는 12월 휴식기에도 매일 2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중 유지에 힘쓴다. 그는 지난 겨울 체력 훈련에 야구 인생을 걸었다. 70㎏밖에 안 되던 몸무게가 75㎏로 늘었고, 불어난 체중 가운데 근육 무게가 4㎏이었다. 이대수는 "구역질이 계속 나올 정도로 근육을 불렸다.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땀의 결과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이대수는 시즌 초반 깜짝 홈런 선두를 달리기도 했고, 후반기에는 타율 3할5푼의 맹타를 휘둘렀다. 올시즌 한화의 유일한 3할 타자다. 그는 "체력이 떨어지지 않으니 타격 밸런스가 좋아졌다. 타이밍도 덩달아 잘 맞았다"고 했다. 이 느낌 그대로 이대수는 내년 시즌 골든글러브 2연패와 3할 타율을 또 다시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국가대표 유격수. 2013년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꼭 입고 싶다고 했다. 이대수는 "내년 시즌에도 좋은 성적 거둔다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시즌 한화의 목표는 탈꼴찌였다. 그러나 내년엔 다르다. 이대수는 "누가 봐도 전력이 좋아졌다. 박찬호 선배와 (김)태균이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1차 목표를 포스트시즌 진출로 잡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노려보겠다. 자신 있다"고 했다. 굴곡진 인생을 살았던 그는 이제 한화의 확실한 주전 유격수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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