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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만에… IOC "손기정은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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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만에… IOC "손기정은 한국인이다"

입력
2011.12.1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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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고 일본 국가가 울리자 고개를 숙였던 손기정(1912~2002) 선생이 그간 잃어버렸던 한국인으로서의 지위를 75년 만에 회복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최근 홈페이지 선수 소개란에 '손기정(Sohn Kee-Chung)'이 일본식 이름인 '키테이 손(Kitei Son)'으로 표기된 시대적 배경 등을 자세히 설명한 자료를 올린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IOC가 손기정 선생의 약력을 바로잡아 달라는 대한체육회(KOC)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종전 IOC 홈페이지에는 "베를린대회 마라톤 우승자인 일본의 키테이 손은 일본에 점령당한 한국의 손기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48년 런던올림픽 때 한국선수단 기수를 맡고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성화주자로 나섰다"는 두 문장으로 짤막하게 설명돼 있었다.

그러나 분량이 5배 가량 늘어난 새 소개란은 "한국의 손기정(남한)은 1935년 세계신기록을 세웠다"고 첫머리부터 한국인임을 분명히 밝혔다. 또 "한국이 일본에 강점됐기 때문에 손기정과 동료 남승룡은 일본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 손기정은 열렬한 민족주의자였다"고 덧붙였다.

IOC는 손기정 선생이 베를린올림픽 당시 항상 한국 이름으로 서명하고, 어느 나라 출신이냐는 질문에는 한국인이라고 답하며 한국과 일본은 분명히 다른 나라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월계관을 받은 시상식에서는 일장기가 올라가고 일본 국가가 연주되자 조용히 고개를 숙여 침묵으로 항의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전했다.

당시 마라톤 레이스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전했다. 출발 당시 2위 그룹을 유지했던 손기정은 28㎞ 지점부터 치고 나가 우승을 차지했다. IOC는 "인간의 신체는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그러려면 마음과 정신을 지배해야 한다"고 밝힌 손기정의 우승 소감도 처음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IOC는 손기정 선생의 공식 이름을 '키테이 손'에서 '손기정'으로 바꾸고, 국적을 일본에서 한국으로 고쳐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KOC 관계자에 따르면, IOC가 손기정 선생의 이름과 국적을 바꾸지 못하는 것은 과거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수많은 식민국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IOC는 이들 국가가 전부 자료를 고쳐 달라고 하면 대혼란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OC는 KOC에 보낸 공문에서 "손기정의 이름과 국적 변경 문제는 1987년 집행위원회에서도 논의됐다"고 지적하면서 "올림픽 출전 당시 등록된 이름과 국적을 바꾸는 것은 역사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IOC는 손기정 선생의 잘못된 이름과 국적을 변경하지 않으면서 본문의 설명 내용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한국인임을 내세운 것이다.

한편 KOC는 15일부터 22일까지 서울광장에서 올해의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된 손기정 선생과 김성집 대한체육회 고문의 활약상을 담은 사진 전시회를 개최한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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