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KT 2G(세대) 이동통신 종료 승인에 대해 행정소송 판결 선고시까지 종료하지 말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2G 서비스를 끝내고 본격적인 4G LTE 서비스에 나서려던 KT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현재 2G에서 3G로 전환해야 하는 고객은 약 10만명 정도 되고 그 중 일부가 전환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주파수는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확장이 불가능한 제한된 공공재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주파수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선 이런 형태의 시스템 전환 및 주파수 재배치 등이 어쩔수 없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 사용자가 불편을 겪을수 있지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생기는 전체 사용자의 공익을 위해 그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유사한 예로, 내년 말 예정된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을 통해 기존 아날로그 방송에 사용하던 주파수에 새 기술을 적용해 재활용하는 것이 있다. 미국의 경우 아날로그 TV에 사용하던 주파수 대역을 80~ 800Mbps 급의 무선 통신으로 재활용하자는 계획을 구글 등의 회사가 제안한 것이 한 예이다.
이렇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주파수를 재활용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전체 사용자의 공익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본다.
이용자들중에는 "현재 사용하는 2G 번호를 계속 사용하고 싶어서 어쩔수 없다"는 반응과 "KT의 서비스에 불만이 생겨서 그런다"는 두 가지 반응이 있었다. KT 서비스에 불만이 있다면 단순히 불만만 제기할 것이 아니라 그 불만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으면 될 것이다. 또 현재 사용중인 2G 번호를 계속 사용하고자 하는 점은 이해는 가나, 그 것을 위해 전체적인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시스템 전환을 반대하는 것은 일부 사용자의 작은 편익을 위해 전체 사용자의 공익을 반대하는 것이다.
통신 서비스의 번호도 제한된 자원이기 때문에 그 할당과 배분에 지속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무선 전화는 초기에 사업자별로 별도의 01X 번호를 배분한 것은 장기적으로 번호 이동성 등의 서비스 발전을 미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번호 배분이었기 때문에 언젠가 개편이 필요하고, 무선 전화 번호를 010으로 통합하겠다는 계획도 그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각 사용자 입장에서도 01X 에서 010 번호로 통하는 과정에서 자동 통화 연결과 번호 변경 안내로 기존 번호에서 새 번호로의 변경이 큰 불편 없이 가능하다고 본다. 일부는 "KT가 4G 서비스를 하기 위해 주파수를 추가 확보했다면 굳이 2G 가입자를 3G로 전환하지 않고도 4G 서비스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KT는 경매에서 거의 1조원 정도의 금액을 지불했어야 할 것이다. 이 금액은 KT의 가입자 1인당 거의 5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아주 단순화해 비유하자면 10만명 가입자가 2G 번호를 유지하기 위해 나머지 거의 2,000만명에 가까운 KT 가입자가 1인당 5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3년간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01X 번호를 유지하면서 3G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결국 2G에서 3G로의 전환 거부는 일부 사용자의 작은 편익을 위해 전체 사용자의 공익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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