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아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열린 컵케이크 가게 '달콤한 네손' 개점식. 앞으로 이 가게를 운영해 갈 이슬비(31)씨와 서유림(28)씨가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들은 "마치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어느 날 갑자기 멋진 과자집을 선물 받은 기분"이라며 가게를 내기까지 운명처럼 맞아 떨어진 우연들을 펼쳐놓기 시작했다.
이씨와 서씨는 각각 세 살 난 아들과 두 살배기 딸을 가진 엄마다. 아이 아빠는 없다. 흔히들 말하는 미혼모다. 이씨는 아들 출산 후 당장 돈이 필요해 서울 남대문시장 옷장사, 보험설계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환경이 열악한 월셋방에서 지내다 한 모자가정 시설에 살게 되면서부터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다. 아이 출산 후 회사를 그만둔 서씨도 창업을 결심했던 참이었다.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돈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던 두 엄마가 처음 만난 곳은 '이샘 컵케이크 스쿨'. 유기농 컵케이크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샘(30)씨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양육하는 미혼모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무료로 컵케이크 기술을 가르쳐 주는 곳이었다. 이씨와 서씨는 지난 4월부터 일주일에 5시간씩 넉 달 동안 기술을 익혔다. 그리고 종잣돈이 없는 이들이 창업할 수 있는 방법을 백방으로 알아보던 이샘씨가 아름다운재단의 '희망가게' 사업을 발견, 1억원 대출 지원을 받게 됐다. 희망가게는 아모레퍼시픽이 후원하는 기금으로 저소득 한부모 여성 가장이 자립할 수 있게 보증 없이 신용 대출을 해주는 사업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 취향인데다 가격이 싸지 않은 컵케이크는 무엇보다 가게 위치가 중요한데 가격과 입지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삼청동 인사동 팔판동 일대를 모두 물색하던 중 가정집으로 사용하다 처음으로 세를 놓은 지금의 가게를 찾았다. 아담하고 깨끗한 이 건물 소유주는 당초 음식업종에는 세를 줄 마음이 없었지만 이들의 사연에 마음을 바꿨다. 그는 이날 개점식에도 참석해 "1977년 남편에게 시집와 이 집에서 살기 시작해 아이 둘 낳고 34년간 행복하게 잘 살아온 곳인 만큼 꼭 '대박'나길 바란다"며 이들을 응원했다.
이씨는 "사실 피를 나눈 가족들도 이렇게 지원해주기 힘든데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내가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하는 느낌이 들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서씨도 "미혼모라는 편견을 꼭 깨고 싶다"며 "지켜봐 달라"고 했다.
이씨와 서씨가 주축이 돼 가게를 운영하지만 이 곳은 또 다른 나눔의 공간이기도 하다. 다른 미혼모에게 컵케이크 기술을 전수해주는 '스쿨'이면서 일자리도 제공할 예정이다. 또 이들이 앞으로 희망가게 창업대출금을 갚아 나가면 그 돈이 다른 여성 가장들의 창업 종잣돈이 된다. 돌고 도는 나눔의 선순환이다.
가게 이름 '달콤한 네손'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엄마가 아이가 맞잡은 네 개의 손이기도 하고, 이들에게 손 내미는 네(당신) 손이기도 하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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