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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학술) 부문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백승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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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학술) 부문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백승종

입력
2011.12.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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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잡아 15년 정도였던 해외 체류가 (학문 연구에)결정적인 자극제가 됐습니다."

역사학자 백승종(54)씨는 1990년대부터 독일, 프랑스의 여러 대학과 연구소에서 강의하며 역사를 연구했다. "바깥에서 보면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새롭듯이 외국에서 우리 역사를 읽으며 새로운 연구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백씨는 서구 미시사 연구 이론과 방법론으로 우리 역사를 분석해 주목 받았다. 미시사 연구는 구체적 인물과 사건을 통해 과거를 해석하는 역사학 연구방법이다. <대숲에 앉아 천명도를 그리네> (2003)에서 시인 김인후를 통해 16세기 조선 선비의 일상을 소개했고, <그 나라의 역사와 말> (2002)에서는 일제시대 평민지식인 이찬갑의 삶을 통해 근현대 한국 문화사를 재조명했다.

이번 한국출판문화상 저술 학술 부문 수상작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도 이 같은 미시사 연구 계보를 잇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18세기 조선을 소개하며 역사에서 잊혀진 선비 강이천(1768~1801)을 불러낸다. 문화군주 정조가 사실은 성리학 이념을 절대 수호한 보수군주라는 도발적인 문제제기로 서문을 연 후 조선왕조실록 등 각종 사료를 바탕으로 정조시대 실체에 다가간다.

그가 정조의 정치ㆍ문화적 역량을 인정하면서도 보수주의자로 평가하는 것은 문체반정(1791) 때문이다. 문체반정은 당시 사대부에서 유행하던 패관소품체(稗官小品體ㆍ청에서 번성했던 짧고 자유로운 형태의 글 양식) 대신 고문체로 돌아가라는 강압적인 문화운동이었다. 그간 학계에서는 이 사건을 패관소품을 즐겨 썼던 노론 세력을 억누르고 소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주로 해석했다.

하지만 백씨는 이를 "새로운 문체로 표현되는 새로운 사상을 막고 주자학으로 돌아가기 위한 정조와 젊은 사대부들의 문화투쟁"으로 풀이한다. 이 투쟁의 한 가운데 있던 인물이 강이천이다. 표암 강세황의 손자인 그는 어려서 정조 앞에 나가 시를 지을 정도로 재능 있고 촉망 받는 인물이었지만, 소품체에 매진한다는 이유로 정조의 눈 밖에 났다. 이후 김건순 등과 어울려 비밀조직을 만들고 정감록과 천주교를 공부하다 혹세무민 죄로 감옥을 들락거렸고 결국 옥사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독특한 글쓰기다. 백씨는 정조시대를 재구성하면서 자신의 질문과 생각을 담은 연구노트와 비평을 삽입했다. 그는 겹겹이 포개지고 뒤틀린 역사적 진실을 담아내려면 서술방식도 다양해져야 한다며"복잡다단한 인간 행위와 생각을 담기 위해 여러 서술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글의 구성과 문체에 변화를 줬는데 어떤 독자는 그 낯섦과 너덜너덜함에서 미학적 만족을 느낀다고 하더군요. 아직 제 스스로 만족스럽지는 못한데, 앞으로 꾸준히 새로운 서사 실험을 할 계획입니다."

백씨는 서강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3년 그만 둔 뒤 연구와 저술에 몰두했다. 2009년부터는 충남 시골마을에서 한문 고전과 독일어 성경을 가르치며 마을사람들의 구술을 받아 그들의 생애사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현대사 연구를 위해서는 평범한 농민의 삶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구술사 작업 외에도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이순신 이야기를 쓸 겁니다. 하고많은 그의 무용담이 아니라 난세를 살았던 칼 찬 선비의 힘겨운 삶, 거기에 담긴 역사적 진실을 탐구하고 싶습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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