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6개월에 암 선고를 받은 재미동포 제니(22)는 22년 간 골육종, 뇌종양 등 네 번의 암 진단을 받았다. 두 번째 골육종이 발병한 건 열여섯, 한참 외모에 관심이 많을 나이에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졌다. 아빠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마음으로 제니의 친구들을 불러 삭발식을 축제로 만드는 이벤트를 준비했지만, 딸의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속으로 피눈물을 삼켰다.
16일 밤 11시 15분에 방송하는 휴먼 다큐 MBC스페셜 '제니의 꿈'은 한 번도 겪기 힘들다는 암 선고를 네 번씩이나 받으면서도 삶의 희망을 놓지 않은 스물둘 제니의 이야기다. '풀빵 엄마'로 국제 에미상을 수상한 유해진 PD가 연출을, 갑상선암을 극복한 방현주 아나운서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미녀 프로 골퍼 미셸 위를 닮은 제니는 세 번째 암이 발병한 후 정밀검사에서 유전성 질환인 리프라우메니 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유전성 돌연변이로 인해 평생에 걸쳐 잠복기와 활성기를 반복하며 종양이 발생하는 이 증후군은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지만, 제니는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과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결코 투병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극심한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맞아 정신이 희미해졌지만, 하루에 한 장을 읽을지라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늘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었지만 이런 노력으로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에 입학했다.
난치병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누구보다 활동적으로 20대를 보내고 있는 제니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현재 의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소아암 전문의가 되어 자신처럼 아픈 아이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제니는 "암에 걸렸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다"며 "몇 번이고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어려운 시기를 지내본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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