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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돌며 도시락 봉사하는 대학생 봉사단 'V 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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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돌며 도시락 봉사하는 대학생 봉사단 'V 원정대'

입력
2011.12.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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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기간 팍팍한 일상에 힘 드시죠. 따뜻한 도시락 드시고 나눔 기부도 해보세요."

14일 낮12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 광장에 훈훈한 밥내음이 퍼졌다. 흰색 점퍼를 입은 100여명의 대학생자원봉사단 'V(Volunteer)원정대' 회원들이 3.5톤 트럭을 개조한 밥차에서 지어낸 쌀밥과 제육볶음, 녹차가 담긴 도시락을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도시락을 받은 학생들은 지갑에서 적게는 1,000원, 많게는 5,000원을 모금함에 넣으며 성의를 표시했다. 우연히 밥차를 보고 모여든 학생들로 준비된 300인분의 밥은 30여 분만에 동이 났다.

이날 걷힌 모금액은 모두 학교에 전달된다. 김형규(23ㆍ연세대 경제 3)씨는 "학생들은 기부를 하고 맛있는 밥도 먹고, 또 그 돈이 다시 학생들에게 쓰인다니 일석 삼조"라며 웃었다.

V원정대는 2만 3,000명의 온라인 회원을 가진 전국구 학생봉사단체다. 2009년 5월 '봉사활동을 일상의 기쁨과 놀이가 되게 하자'는 모토로 출범해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출동한다. 지난해 연평도 포격 사건 때는 섬 아이들을 위해 공부방 선생님을 자처했고 주민 대피소로 쓰인 찜질방에선 배식 봉사를 했다. 3월 일본 대지진 때에도 모금활동에 나서 대한적십자사에 200여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원정대의 중심엔 대표 김상민(38)씨가 있다. 연세대 행정대학원에 다니면서 '대학생리더십센터'를 운영하는 그는 "자신의 성공에만 혈안이 된 요즘 대학생들을 보며 안타까움에 해법을 고민하다 원정대를 꾸렸다"고 했다.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감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가난한' 대학생이 주축인 탓에 운영자금은 대부분 기부로 충당한다. 이날 행사 때 밥차는 한 교회에서 구입비용을 지원했고 쌀과 부식은 '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에서 받았다. 행사 때마다 상징이미지를 그린다는 디자이너 이근영(39)씨는 "봉사에 나선 학생들을 보며 '넉넉해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원정대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들 역시 만족도가 높다. 7월 원정대에 합류한 강보미(22ㆍ호원대 무역경영 4)씨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봉사는 진학을 위해 억지로 하는 측면도 있었는데 여기선 각자 재능과 흥미에 맞춰 원하는 활동에 선택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V원정대는 이날 연세대를 시작으로 15일 한양대, 16일 홍익대 앞에서 도시락 봉사를 벌인다. 내년 3월부턴 전국 캠퍼스 투어도 계획하고 있다. 원정대 학생단장 임나연(26)씨는 "활동을 통해 리더십이 무엇인지, 선한 영향력이 무엇인지 배우는 것 같다"며 "남을 돕는 것이 다름 아닌 나를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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