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찬송가 출판권을 두고 벌어진 83년 전통의 대한기독교서회와 55년이 된 생명의말씀사 간 법정다툼에 대한기독교서회의 손을 들어줬다. 찬송가 출판은 1983년 558곡의 국내외 찬송가를 모아 '통일찬송가' 서적을 발행한 한국찬송가공회(공회)가 독점하고 있다. 일반 출판사에서는 공회와 계약을 통해 인쇄ㆍ판매하고 있다. 이번 법정공방은 공회가 2006년 통일찬송가를 대체하는 새로운 찬송가 서적을 만들어 저작권 등록을 마친 '21세기 찬송가'의 출판권과 판매권을 여러 출판사에 달리 주면서 빚어진 사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부장 강영수)는 대한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가 출판권 침해를 이유로 생명의말씀사, 성서원, 아가페출판사, 두란노서원 등 4개 출판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의 출판권을 침해했음이 인정되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대한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에 각 5,000만~1억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양쪽 간의 법정 공방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로운 찬송가 서적을 개발한 공회는 2007년 4월 생명의말씀사 등 피고 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맺었다. 출판권은 공회가 그대로 가지고 있는 대신, 인쇄된 찬송가를 공회로부터 넘겨받아 이를 제작ㆍ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공회는 대한기독교서회 등 원고 회사와도 출판권설정계약을 맺었다. 이번에는 출판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양도하는 계약이었다. 단 기존에 계약된 피고 회사에는 2008년 4월까지 찬송가를 제작, 판매할 수 있도록 조건을 걸었다.
양 측의 갈등은 2008년 4월이 지난 후에도 피고 회사들이 계속 출판을 하면서 발생했다. 이들은 "선인세를 미리 지급하고 출판하는 '선인세 후출판'의 관행을 따랐다"며 "게다가 기간 내 찍은 서적을 이후에 판매하는 것은 저작권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대한기독교서회 측은 "4월 1일까지만 공회로부터 인쇄물을 제공받아 출판할 수 있을 뿐 그 이후는 절대 안 되므로 1부당 이익금을 900원으로 계산해 각 2억4,000만원에서 4억6,000만원까지 손해 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에 "계약 조건에 따라 피고 회사는 2008년 4월까지만 찬송가 서적을 제작 배포할 수 있다"며 "피고 회사가 정해진 기간보다 1년 넘게 제작한 것을 본다면 관행으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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