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에서 휴대폰을 사면 LED TV를 얹어 준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품이다.
연말을 맞아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이처럼 또다시 과열로 치닫고 있다. 지난 9월 과다 보조금 지급으로 사상 최대규모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지만, 3개월도 못 돼 고질병이 되살아난 것. 해가 바뀌기 전에 구형 휴대폰 재고 소진을 위한 밀어내기 전략이란 해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 11일 CJ 홈쇼핑을 통해 스마트폰 갤럭시네오 구매 고객에게 경품으로 삼성전자 풀HD 27인치 LED TV를 내걸었다. 이 TV는 CJ홈쇼핑 판매가 기준으로 59만9,000원 상당의 제품이다. 보조금이나 요금할인과 별도로 추가 제공됐다.
스마트폰도 사실상 공짜로 제공했다. 갤럭시네오의 출고가가 59만9,000원인데, 월 정액 3만4,000원 요금제를 2년으로 선택하면 34만원의 요금을 할인해주고 보조금 25만9,000원은 별로도 인정해주기 때문에 기기가격은 실질적으로 공짜인 셈이다.
다른 이동통신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KT는 12일 롯데 홈쇼핑을 통해 갤럭시넥서스S 를 구매할 경우 56만원 상당의 LG전자 27인치 3D LED TV를 경품을 내걸었다.
SK텔레콤은 상대적으로 신형 스마트폰인 갤럭시S2를 판매하며서, 경품치고는 그 나마 저가인 2만~3만원의 상당의 쌀10㎏을 제공했다. 하지만 '스페셜 요금할인'명목으로 추가적인 요금혜택을 제공했는데, 요금을 깎아주는 건 보조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현행 규정상 이동통신사가 제공할 수 있는 보조금은 최대 27만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부터 가입자 1인당 보조금을 27만원으로 제한하고, 이를 어길 시 이용자 차별로 간주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이통3사는 보조금 위반으로 137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처분을 받기도 했다.
경품은 현물이기 때문에 보조금에 들어가진 않지만, 사실상 보조금 한도의 2배에 달하는 고급TV를 제공하는 건 명백한 편법이란 게 방통위의 시각이다. 방통위 관계자는"이동통신사들이 불과 석 달 만에 또다시 홈쇼핑을 통해 대규모 보조금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보조금 관련 규제를 더 강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사업자와 출고가 인하를 위해 노력하는 사업자를 반드시 가려 차등 규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통신사들은 그러나 이 같은 고가경품을 앞세운 보조금 지급이 본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일부 대리점이나 2차 유통점인 판매점이 홈쇼핑 측과 계약을 체결해 자체 진행하는 프로모션 행사인 만큼, 본사 정책과 별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판매를 위해선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데 이런 걸 일개 대리점이나 판매점들이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대리점으로부터 물건을 받아 파는 2차 판매점의 경우 대규모 자금 조달은 더욱 더 쉽지 않다는 않다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유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조금 질서가 더욱 혼탁해질 것으로 보고 강력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방통위의 최근 현장 실사 결과 LTE 스마트폰 관련 보조금 경쟁은 이미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서울 주요 대리점에선 시가 90만원 안팎의 LTE 스마트폰을 특정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단말기 가격을 90%가량 할인해 주거나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식이라면 휴대폰 정가제 판매나 공짜폰 금지정책도 유명무실화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방통위의 인식이다. 방통위 당국자는 "홈쇼핑 판매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와 연계해 합동단속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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