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鐵人 박태준 1927~2011/ 추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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鐵人 박태준 1927~2011/ 추모사

입력
2011.12.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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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명예 회장님,

이 나라가 빈곤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때에서부터 제철보국이라는 숭고한 사명감 하나로 일관되게 이 나라의 경제를 앞장서서 견인해오신 회장님께서 유명을 달리하시다니, 이 무슨 청천벽력입니까. 하늘나라에서도 무슨 급한 일들이 그리 많은지 회장님을 이렇게 불러 가시니 이 땅에 머물고 있는 저희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회장님은 일찍이 경남 동래군 장안면 임랑리 작은 어촌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일제의 통치하에서 신음하고 있는 고국을 뒤로 하고 어린 나이에 과감히 일본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일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알아야한다는 비범하고도 성숙한 생각이 회장님 소년시절의 마음 한가운데 자리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인들의 기질을 익히셨고, 그들의 역사를 배우셨으며, 그들이 세계와 호흡하는 방식을 알아내셨습니다. 훗날 대일청구권 자금을 끌어오시면서 일본제철업계의 중진들과 교분을 맺었으며, 포항제철을 완성해내는데 회장님은 지피지기 연후에 백전백승한다는 원리를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회장님께서 그토록 심혈을 기울이시고 사랑하신 포스코는 이제 세계철강업계에 우뚝 선 거목으로 성장했습니다. 회장님께서 그토록 노심초사하시던 대한민국 경제는 이제 세계 10위권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설립하신 청암재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시아 개도국의 학자와 학생들을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설립하신 포스텍은 이제 세계의 주요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뿐만 아니라 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설립한 포스코 교육재단은 초, 중, 고 각각의 수준에서 우리나라가 자랑할 만한 젊은이들을 키워내고 있습니다.

파이넥스 공법에 의해 힘차게 뿜어 나오는 뜨거운 쇳물을 보십시오. 각급 학교에서 교육의 질에 만족하여 환하게 웃으며 캠퍼스를 나오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십시오. 청암 선생님! 천국에서 이제 만족한 웃음을 웃으셔도 좋습니다.

회장님, 이제 남은 일은 저희들에게 맡겨 두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쉬시길 바랍니다. 천국에도 영일만 해변로 같은 것이 있는지요. 가끔 산책하실 때 그 멋쟁이 페도라 중절모와 환한 웃음을 저희들에게 보여주세요. 저희는 매일 회장님의 꿈을 꿀 것입니다. 영면하소서.

유장희 포스코 이사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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