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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노르망디상륙작전·몽골 노몬한 전투…화려한 스펙터클에 145분이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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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노르망디상륙작전·몽골 노몬한 전투…화려한 스펙터클에 145분이 훌쩍

입력
2011.12.14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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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하고도 맹렬한 영화다. 한국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스펙터클이 연이어 눈을 맹습한다. 한반도와 몽골 평야, 러시아의 동토, 프랑스 북서부 해안으로 이어지는 두 남자의 오디세이가 장엄하다.

한국영화 최고 제작비(300억원)를 들인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는 끊임없이 시신경을 자극하는 영화다. 일본과 옛 소련이 맞붙은 몽골 노몬한 전투의 처절했던 현장을 재연하고, 노르망디상륙작전의 전경을 스크린에 구현한다. 충무로가 그 동안 실현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쉬 영사하지 못할 장대한 이미지들이 향연을 펼친다. 145분 동안 동공을 압박하는 볼거리만으로도 본전 생각이 크게 나지 않을 듯하다.

영화는 시작부터 빠르게 본론으로 진입한다. 최고의 마라토너가 되고 싶은 김준식(장동건)과 타츠오(오다기리 조)의 태생적 라이벌 관계를 강조하며 영화는 갈등 구조를 형성한다. 올림픽 선발전에서 우승하고도 실격 판정을 받고 되레 최전선으로 징집되는 준식, 독립군 폭탄에 의해 할아버지를 잃고 군국의 화신이 된 타츠오는 날 선 대립 속에 극한의 여정을 거듭하며 조금씩 감정의 벽을 허문다.

영화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국가나 집단, 이념의 틀을 벗어나 인류애를 강조한다. 등장인물과 여러 상황 등은 메시지 전달을 위한 통로 역할을 다한다. 준식의 아버지가 타츠오의 집안에서 시중드는 설정은 일제 강점기 한일관계를 상징한다. 군국주의에 경도된 타츠오가 준식의 넓은 품 안에서 인간성을 회복한다는 내용 전개는 한일관계에 대한 미래지향적 자세를 은유한다.

소련 포로수용소에서 완장을 찬 준식의 친구 종대(김인권)가 일본군에게 가하는 무자비한 행태는 가해와 복수의 연쇄고리를 드러내며 메시지를 증폭시킨다. 타츠오가 준식에게 건네는 "빨리 집에 가야지"라는 대사, 악질 일본군 노다가 죽으면서 내뱉는 외마디 "오까짱(엄마)"도 평화로운 일상에 대한 갈구와 함께 반전(反戰)의 의미를 함축한다.

영화는 일본군에서 소련군으로, 다시 독일군 군복을 입어야 했던 식민지 청년 준식의 서러운 인생에 올바른 정치적 메시지를 오버랩시킨다. 콧등 시큰한 내용과 건설적 의미를 담고 있다지만, 현해탄을 사이에 둔 양국민의 감정의 앙금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관객들의 가슴을 크게 울릴진 의문이다. 특히나 준식이 독일군에게 도움을 얻기 위해 "나는 일본 군인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을 마음 편히 볼 관객은 많지 않을 듯하다. 요컨대 강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가 가슴과 눈으로 즐기는 영화였다면, '마이웨이'는 관객의 머리와 눈에 호소하는 작품이다.

동료를 향해 무한애정을 펼치고 마라토너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준식은 평면적이다. 광기 어린 눈빛을 보이다 점점 부드러운 눈매를 갖게 되는 타츠오가 훨씬 입체적이다. 오다기리 조의 연기가 더 돋보이는 이유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 세트장과 라트비아에서 8개월에 걸쳐 찍은 장면 하나 하나에 탄성이 절로 난다. 스펙터클의 과잉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강 감독의 8년만의 복귀작이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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