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 소재 한국대사관에 공기총으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손톱 크기의 쇠구슬이 날아들어 중국 공안이 수사에 나섰다. 주중 한국대사관이 공격을 받은 것은 처음으로, 한국 해양경찰 살해 사건 발생 후 악화하고 있는 양국 국민의 감정을 보여주는 사건이어서 내년 한중수교 20주년을 앞둔 두 나라 관계에 암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13일 낮 12시30분(현지시간)에서 오후 1시30분 사이 대사관 경제동 휴게실의 대형 방탄유리가 쇠구슬에 맞아 파손됐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사건 발생 4시간 뒤 이 사실을 신고했으며 베이징 공안국은 현장에 출동, 쇠구슬을 수거하고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 사건 후 주중대사관에는 경찰 수십 명이 배치됐다. 중국에서는 민간인의 총기보유가 불법이지만 수렵용 공기총은 허가를 받아 보유할 수 있다.
대사관은 모든 직원에게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고 중국 외교부 등에 사건 규명을 위해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 진출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의 기업은 전직원에게 중국인과의 충돌을 피하고 안전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바이두 등 중국 포털에는 한국에 대한 욕설과 공격적인 글이 가득했다. 네티즌들은 한국의 보수단체가 13일 서울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 규탄 집회를 열고 중국 국기 오성홍기를 불태웠다는 보도를 인용하면서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한 대학생 네티즌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한국 학생에게 폭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또 다른 네티즌은 "한국 상품 불매운동을 하자"고 선동했다.
대사관 주변에서는 한국의 중국 규탄 분위기를 접한 중국인이 격분해 공기총으로 대사관을 공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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