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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슈 속 인물] (3)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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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슈 속 인물] (3) 김어준

입력
2011.12.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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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은 제멋대로고 머리는 덥수룩하다. 재벌가에서 나고 자라지도 않았는데 그의 호칭은 재벌회장에게나 어울릴 '총수'다. 물론 언론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고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곳은 아니었다. 인터넷언론 딴지일보를 1998년 창간하고 운영해 왔지만, 그는 미디어 게릴라다. 그의 무기는 팟캐스트라는 인터넷방송과 거칠고 거침 없는 입담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정규군인 기존 언론을 위협하고,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문화 권력이자 정치 권력이 돼가고 있다. 주변과 비주류라는 수식어는 이제 그에게 붙일 수 없다. 불과 8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로 젊은층과 사회비판 계층의 정신적 총수로 등극한 김어준(43)은 2011년 한국 사회가 겪은 변화와 사회병리의 뚜렷한 상징이다.

4월28일 첫 방송부터 심상치 않았다. 김어준은 '씨바' '쫄지마' 등 기존 매체에선 들을 수 없는 날것의 언어를 무기 삼아, 정봉주 전 국회의원, 시사평론가 김용민씨,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와 함께 '가카'와 현 정권의 실정을 비틀고 꼬집고 통박했다.

대중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방송은 1회당 200만회 가량의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미국의 대표적 신문인 뉴욕타임스에까지 장문의 기사로 소개됐다.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일 이뤄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내부 개입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해 '특종'까지 하는 인터넷방송으로 대중들 뇌리에 각인됐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열린 '나꼼수' 콘서트엔 수만명이 몰렸고, 3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그가 10월5일 내놓은 정치평론집 도 그의 대중적 위상을 보여준다. 46쇄를 찍어 35만부가 팔려나갔다. 뉴욕타임스는 "(김어준 등 '나꼼수' 멤버의 인기는) 물가인상, 실업률, 이명박 정권과 보수 언론에 대한 불신이 만든 젊은 층의 정치적 자각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보수진영은 바짝 긴장했다. 보수논객 변희재 등이 인터넷방송 '명품수다'로 맞불을 놓았으나 대중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팟캐스트 심의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고, 덩달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규제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그의 활약은 사회적 논란도 불렀다. 풍문을 사실인양 포장해 사회를 어지럽힌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정치를 예능화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뒤따랐다. '나꼼수'를 통해 대안 언론의 긍정적 역할을 봤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저널리즘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니 벌어지는 일종의 부작용"(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이라는 분석과, "'나꼼수'가 인기 있다는 건 그만큼 (언론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원장)이라는 지지가 맞서고 있다.

비주류의 화법으로 어느새 주류가 된 그의 행보가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다. 그의 '권력'은 "가카가 퇴임하는 그날까지"로 수명을 못박은 '나꼼수'와 운명을 함께할지도 모른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할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총선과 대선으로 정치의 해가 될 2012년, 그의 입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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