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와 어제 이틀 사이에 울진원전 1호기와 고리원전 3호기의 가동이 잇따라 중단됐다. 원전의 핵심인 노심이나 1차 냉각계통의 고장이나 이상이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안 그래도 공급 부족이 우려되던 겨울철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는 점에서 불안이 남는다.
울진 1호기는 터빈을 돌린 수증기를 식혀 물로 바꿔 증기 발생기로 보내는 장치인 복수기, 고리 3호기는 과전압보호 계전기에서 빚어진 이상이 각각 가동 중단의 직접적 이유로 밝혀졌다. 울진 1호기의 이상이 상대적으로 가벼워 진공상태를 유지해야 할 복수기에 어떻게 공기가 유입됐는지 밝히고 복수기 정비만 끝나면 조기 재가동을 기대할 만하다. 반면 고리 3호기는 과전압보호 계전기의 이상이 발전계통의 과전압 때문인지, 보호계전기 자체의 계측 오류인지를 가려야 한다. 과전압 때문이라면 터빈발전기 자체의 정비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확한 원인 규명과 완벽한 정비에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확고한 재발방지책을 세우는 것이 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의 1차적 과제다.
발전용량이 각각 95만㎾에 이르는 원전 2기의 가동 중단으로 당분간 190만㎾의 전력 생산이 줄어든 사태 또한 적극적 대응을 요구한다. 예비전력 400만㎾ 이상의 안정적 상태에서 순식간에 200만~300만㎾의 ‘주의’ 단계로 접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본격적 추위가 시작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한파까지 닥쳤다면 9월의 대정전 상황을 웃도는 심각한 사태를 맞을 뻔했다. 실제로 지난번 대정전 당시 늦더위에 따른 전력수요가 급작스레 늘어나기도 했지만, 보통 한 달 이상씩 걸리는 원전 정기점검 일정의 조정 실패도 커다란 요인이었다. 전력 공급과 수요 두 측면의 차질이 중복되지만 않는다면 위기적 전력부족을 피할 수 있음을 일깨웠다.
앞으로의 전력수급 안정 대책도 결국 양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물론, 소비자인 산업계와 가정까지 고도의 경각심을 가져 마땅하다. 당장 한전의 ‘수요관리약정고객’인 4,000여 사업체가 100만㎾의 전력 감축에 성공할 것인지 여부가 그 첫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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