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표면적으로 외국인 사령탑의 선임을 검토하면서 '깜짝 인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축구협회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지난 13일 "외국인 감독을 우선적으로 검토하자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코드 인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이었지만 외국인 감독의 선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협회는 내년 2월 29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쿠웨이트와 최종전에서 '긴급 소방수'를 투입하더라도 이후 외국인 감독 체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지한파'와 적을 두지 않고 있는 사령탑들이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세뇰 귀네슈(59) 트라브존스포르 감독과 카를로스 둥가(48) 알 라이안 감독, 호세 페케르만(62) 전 아르헨티나 감독 등이 차기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후보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만약 셋 중 한 명이 한국 대표팀을 이끌게 된다면 그야말로 '깜짝 인선'이다.
역대로 협회가 대표팀 사령탑 발표로 팬들을 놀라게 한 경우는 적지 않다. 2000년 거스 히딩크 감독, 2005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영입은 예상을 뒤엎은 파격 인선에 가까웠다. 히딩크와 아드보카트 감독은 협회의 영입대상 후보군에서 다소 거리감이 있었다. 이같이 명장을 영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확실한 메리트가 보장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한국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상황에서 사령탑을 구했고, 수많은 지도자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통과도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름있는 지도자를 데려오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 한국의 차기 대표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로 불리는 자리다. 치열한 아시아 최종예선을 치러야 하고, 최종예선 성적이 좋지 않으면 불명예 퇴진도 가능한 탓에 지도자 인생에서 커다란 오점이 될 수 있다.
새로운 후보군 중 귀네슈 감독에게 가장 눈길이 간다. 2007~09년 FC서울의 지휘봉을 잡았던 귀네슈 감독은 한국축구 환경에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다. 트라브존스포르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대표팀 사령탑 러브콜은 귀네슈 감독의 구미를 당길 수 있다.
둥가 감독도 일본과 카타르 클럽을 지휘하는 등 아시아축구에 대한 식견을 지녀 가능성이 열려있다. 브라질 출신인 둥가 감독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지 못했지만 '실리축구'의 색깔을 강하게 나타냈다. 페케르만 감독은 현재 적이 없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특히 젊은 선수 육성에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협회에서도 눈 여겨 볼 수 있는 후보군이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