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가 남중국해 및 미얀마 외교에 연말을 보낸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에 따른 심각성과 다급함에 몸이 달았기 때문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시 부주석이 20~22일 베트남을, 원 총리는 19일 메콩강 국가정상회의 참석차 미얀마를 각각 방문한다고 14일 보도했다.
시 부주석은 응웬 티 도안 베트남 부주석의 초청을 받아 사흘간 하노이를 방문하는데 겉으로 드러난 목적은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 강화지만 실제 목적은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문제의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베트남을 지원하며 남중국해 문제를 국제문제로 확대시키려는 미국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양자협상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시 부주석의 방문이 2001년 4월 하이난다오(海南島) 상공에서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충돌했을 때 양국의 대치를 해결하기 위해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부주석이 급파됐던 상황과 비슷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중국이 굳이 시 부주석을 보내는 것은 사태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기 지도자의 베트남 행은 그의 활동 반경을 넓히는 동시에 중국이 우호적인 외교환경을 조성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베트남에 알리기 위한 다목적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 연구원인 이안 스토리는 “중국이 베트남의 단호한 입장을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시 부주석이 경제적 유인책 등 큰 선물 보따리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 부주석의 방문이 남중국해 분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자바오 총리의 미얀마 방문도 중요 외교 활동이다. 미얀마는 최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방문으로 미국과 관계개선의 물꼬가 트인 상태다. 원 총리는 테인 세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양국의 외교, 군사, 경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와 미국의 외교관계가 개선되려는 시점이어서 원 총리의 방문은 중국이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아시아 중시 전략에 따라 미얀마의 개방과 변화를 끌어내려는데 맞선 활동”이라며 “원 총리의 방문은 미얀마를 둘러싼 중미 양국의 힘겨루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보기”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얀마의 군부 통치기간 후원자 역할을 하며 지하자원 개발과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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