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상득(76) 의원 보좌관 박배수(46ㆍ구속)씨의 금품 수수 파문이 확대되면서 이 의원의 검찰 소환 가능성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이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정권의 막후 실력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환 자체만으로도 정치권 안팎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박씨는 이국철(49ㆍ구속기소) SLS그룹 회장과 유동천(71ㆍ구속기소)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서 구명 로비 명목으로 7억5,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하지만 이 의원이 박씨의 금품 수수 의혹에 연루된 정황은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13일 "이 의원과 연결될 만한 단서가 나온 게 없으며 출국금지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정권 실세인 이 의원을 확실한 물증도 없이 소환하는 것 자체가 검찰로서도 부담스럽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이 의원 정도 되는 거물이 보좌관을 통해 돈을 받았겠느냐"며 금품 수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대부분 이 의원 소환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5년 동안 이 의원을 보좌한 박씨가 장기간에 걸쳐 7억원이 넘는 거액을 받았는 데도 이 의원이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구나 박씨를 포함한 비서진 5명의 돈세탁 연루 정황이 포착된 마당에 이 의원이 관련 사실을 몰랐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씨가 금품 수수 사실은 감췄더라도 적어도 민원 내용에 대해서는 이 의원에게 보고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법률적 판단을 떠나 정치적 관점에서도 이 의원 소환론이 대두되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 의원을 사건의 몸통으로 규정하고 연일 한나라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이 의원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원희룡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좌관이 구속되고 의원실 직원들까지 돈세탁에 연루됐다고 하는데 어차피 이 의원의 관리 범위 내에서 이뤄진 일이지 않느냐"며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리 앞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며 소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이날 지역구인 포항에서 가진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포항 시민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다. 측근 비리에 대한 검찰조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 의원에게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검찰이 아무 조사도 없이 수사를 마무리할 경우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검찰로서는 사실 확인 차원에서라도 이 의원을 부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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