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쇄신 논란의 한 가운데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있다. 모두 박 전 대표의 '입'만 보고 있지만 그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홍준표 전 대표 사퇴 이후 당 수습 방안을 결정하기 위해 12, 13일 잇따라 열린 의원총회에도 불참했고, 최근 당내 쇄신파의 끈질긴 면담 요청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내 쇄신파와 일부 친이계 의원들은 13일 "박 전 대표의 계속된 침묵이 재창당 여부 등 쇄신 방법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고조시켰다"고 비판했다. 쇄신파 원희룡 의원은 "박 전 대표 측근을 통해 전달되는 수렴청정, 선문답식 소통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친박계 의원들도"일주일 전부터 탈당을 예고한 정태근, 김성식 의원 등에게 박 전 대표가 결과적으로 탈당 명분을 준 측면이 있다"며 "박 전 대표가 쇄신파 의원들을 한 번만 만났더라면 모든 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당 쇄신 방향이나 박 전 대표의 역할론에 대해 정작 박 전 대표 자신은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쇄신파가 주장하는 재창당엔 부정적이다""전당대회를 통해 등판하는 것을 선호한다" 등 엇갈린 추측만 나돌고 있다.
한 쇄신파 의원은 13일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박 전 대표의 생각을 듣기 위해 11, 12일쯤 만나자는 요청을 했으나 측근에 의해 거절 당했다"며 "박 전 대표가 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맘에 들지 않으면 나가라'는 뜻 아니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쇄신파는 5, 6일쯤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문건을 박 전 대표에게 전달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가 자신이 비대위원장으로 등판하기 위한 구체적 전제 조건들을 친박계 최경환 의원을 통해 쪽지로 쇄신파에 전달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을 가중시켰다. 한 중진 의원은 "최 의원이 '비대위가 총선 때까지 전권을 갖고 가야 한다' 등 박 전 대표의 요구 사항들을 남경필 의원 등에게 쪽지 형태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 의원은 "여러 친박계 의원들과 이런저런 논의를 했지만 쪽지는 없었다"고 말해 쪽지 전달 진위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논란들에 대해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고민이 끝나지 않았다"며 "쇄신파의 비판은 박 전 대표 흔들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야 할 때"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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