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강입자충돌기(LHC)로 힉스 입자가 나왔는지 탐색하는데 한국인 과학자 4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검출기(CMS)를 만들고 여기서 나온 자료를 분석하는 등 여러 중요한 일을 하고 있죠."
한국 CMS실험사업팀 연구책임자인 박인규(사진)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13일 "한인 과학자들이 힉스 찾기 연구에 '작지만 매운'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CMS 실험에는 40개국의 과학자 3,300여명이 참여해 수년 째 연구를 하고 있다.
박 교수는 "특히 양성자 빔 뭉치가 충돌해 생긴 여러 입자가 내는 전기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를 개발하는데 한국 연구진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 장치로 기록한 정보는 힉스 입자 발견 여부를 분석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 CMS 검출기에 장착된 뮤온 검출기 제작에도 참여했다. 뮤온은 양성자 뭉치 빔이 충돌하면서 생긴 입자가 붕괴해 나타난 물질. 뮤온이 내는 전자신호를 갖고 충돌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다.
"최근엔 LHC에서 얻은 정보를 분석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컴퓨터 500대를 병렬로 연결해 정보분석센터를 만들었는데, 여기서 힉스 입자에 관한 정보를 분석했습니다." LHC를 1년 가동해 얻은 정보량은 약 10페타바이트(PB)다. 700메가바이트 CD 1,500만장에 담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전세계 41개 센터에서 나눠 분석하는데, 한국도 그 중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한국이 이번 연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한국 CMS실험사업에 지원하는 돈은 연 30억원. 이 정도로는 많은 입자물리학자가 참여하기 어렵다. 그는 "원래 국내 물리학자 200여명이 참여하려고 했는데 예산이 부족해 60명만 참여하고 있다"며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힉스 입자 발견에 대해 선진국과 우리가 갖는 시각 차이가 굉장히 큽니다. 힉스 입자를 찾는 건 22세기를 좌지우지할 일인데 '그거 발견해서 뭐하겠냐'고 생각하는 거 같아서 안타까워요."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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