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고교 내신에 절대평가가 도입됐다가 2004년 상대평가로 바뀐 이유 중 하나는 내신부풀리기라는 부작용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업성취도 비교, 교과목별 성취 및 평가기준 제시 등 여러 보완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하나같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먼저 교과부는 고교의 내신 성적을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결과와 비교해 성적 부풀리기가 의심되는 학교는 감사를 통해 인사·행정상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이다.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다가 내신성적이 유독 잘 나온 학교가 감사 대상이다. 하지만 성취도 평가는 국영수 등 주요 교과목으로 초6, 중3, 고2만을 대상으로 실시해 비교가 쉽지 않다. 한 고교 교사는 "비교 과목과 대상, 시점이 달라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다, 학교가 잘 가르쳐서 성취도보다 내신 성적이 좋아질 수도 있어 부풀리기로 단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전국 학교에 적용될 수 있는 교과목별 성취 및 평가기준은 더욱 모호하다. 교과부는 수학 1차방정식에서 점과 직선 사이의 거리 공식을 활용해 응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상'이라는 식의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하지만, 이러한 기준을 문제출제에 적용해 학교들의 시험 난이도를 조절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동훈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시험문제는 질문을 어떻게 서술하느냐, 보기 문항을 어떻게 배치하느냐 하는 미묘한 차이에 따라서도 난이도가 갈리는데, 어떻게 시험이 쉽고 어려운지를 따질 거냐"며 "차라리 문제은행을 만들어주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성호 하늘교육대표이사는 "내신 부풀리기를 인위적으로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순진할뿐더러 검증 기준도 모호해 논란만 부추길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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