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거취에 대한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이 이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 필요성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불거져 나온 친인척 및 측근 비리 연루설도 한나라당과의 관계에 대한 이 대통령의 결심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수도권 중심의 쇄신파 의원들이 13일 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 박근혜 전 대표 측에게 집요하게 재창당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이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 요구가 있다. 수도권 유권자의 '반(反) MB(이명박 대통령) 정서'를 감안해 재창당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자연스럽게 결별하자는 것이다.
정태근 ∙ 김성식 의원은 이날 재창당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을 전격 선언, 한나라당의 탈당 러시가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당의 전면에 나설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은 낮지만 정책 쇄신을 통해 어떻게든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에게 향후 '박근혜 체제'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의 주변 상황도 좋지 않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이 이국철 SLS그룹회장 쪽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건이 이 의원에게도 불똥이 튈 조짐이다. 검찰은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에 대해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로비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이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의 핵심 측근이었던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이 2009년 5월 일본 출장 때 SLS그룹 일본법인장의 술접대를 받은 내역을 확인, SLS그룹의 박 전 차장에 대한 구명로비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이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1990년대 이래 임기 말에 탈당하지 않은 첫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온 입장을 아직까지 견지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대통령은 현재 탈당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나라당이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와중에 일각에서 나오는 말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한나라당의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대응하지 말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탈당은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여권의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총선이나 대선 국면에서 힘을 얻으면 이 대통령이 결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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