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발표된 삼성의 임원 승진 인사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여성 인력들이다. "여성 사장을 배출하겠다"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여성 인력 중용 의지에 따라 이번 인사에서 여성 부사장이 새로 발탁되는 등 상무 8명과 함께 9명의 여성이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하이라이트는 심수옥 삼성전자 부사장.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에 이어 여성으론 삼성 내 최고위직이다. P&G 출신의 마케팅전문가로 2006년 삼성전자에 영입된 그는 브랜드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갤럭시 시리즈 등을 세계적으로 히트시키며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았다.
대졸 공채 출신 중에서도 처음으로 여성 임원이 3명 등장했다. 1990~94년 입사한 김기선 삼성전자 상무, 김정미 제일모직 상무, 오혜원 제일기획 상무는 탁월한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 명단에 올랐다. 삼성 관계자는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에 이어 심 부사장까지 승진하면서 향후 여성 사장이 될 후보가 늘었다"며 "이번에 공채 출신들이 임원 승진의 첫 테이프를 끊은 만큼 앞으로 공채 출신 중에 계속 여성 임원들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년ㆍ윤장현 삼성전자 상무는 학력과 연차를 뛰어넘는 발탁 인사로 꼽힌다. 김 상무는 1986년 고졸로 제조직에 입사한 뒤 휴대폰 개발팀에 합류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삼성 리눅스 플랫폼 등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윤 상무는 승진 연한보다 3년이나 앞서 승진해 주목을 받았다.
이 회장의 맏사위인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남편)도 부사장으로 승진해 오너 일가에서 유일한 승진인사가 됐다. 임 부사장은 2009년 전무 승진 이후 2년 만에 부사장이 되면서 삼성 오너 일가는 전원 부사장 이상 경영진이 됐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차장을 지냈던 김인주 삼성카드 고문이 삼성증권 자회사인 삼성선물 사장으로 내정되면서 3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과거 삼성그룹 비서실-구조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에서 재무팀장을 지내며, 당시 이학수 부회장과 함께 그룹경영 전반을 주도했던 인물. 2008년6월 삼성 특검 이후 이학수 전 부회장등과 함께 '과거 청산'차원에서 고문으로 물러났는데, 비록 작은 계열사이긴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현업에 복귀했다. 반면 이학수 전 부회장은 여전히 고문으로 물러나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삼성선물이 내놓는 금융상품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인사로 김 사장의 재무 경력과 아직 젊은 나이(53세)를 감안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김 사장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그의 복귀는 여러 가지 관측을 낳고 있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 법인에서 우수 인력들을 본사로 발탁하면서 이스트반 팍스코 삼성전자 헝가리법인 영업총괄 부장, 파룩 칸 미 댈러스연구소 부장 등이 본사 상무가 됐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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