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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내신 절대평가로/ "학생부 변별력 약화되고 고교 서열화 부추겨 입시 경쟁 가중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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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내신 절대평가로/ "학생부 변별력 약화되고 고교 서열화 부추겨 입시 경쟁 가중될 것"

입력
2011.12.1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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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상대평가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배타적 경쟁심을 조장해 협동학습을 저해하고 있다." 13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고교성취평가제(절대평가) 도입을 골자로 한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내세운 명분은 이러한 상대평가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는 '현장 실태를 감안하지 않았다'라며 반발했다.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으로 사실상 고교들이 서열화되어 있는 상황을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목고 자사고에 유리

당장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의 입시경쟁이 치열해지게 됐다. 그간 아무리 중학교 성적이 좋아도 외고에 가면 낮은 내신등급을 받는 학생이 반드시 나왔던 상황과 달리 90% 이상의 성취율만 보이면 A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치우 비상에듀 입시전략연구실장은 "100% 특목고, 자사고에 유리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간 특목고 자사고는 수능을 위주로 한 정시에서 유리하고, 수시에서는 다소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이제 내신성적 비중이 높은 수시에서도 불리할 게 전혀 없는 상황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일반고는 특히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창의성 교육을 하고 절대평가로 간다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이미 고교서열화가 심각한 현실을 감안하면 섣부른 도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일반고는 우수한 인재들을 외고, 자사고로 뺏긴 상황인데 중학생들에게 일반고 진학을 설득시킬 명분이 싹 사라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학별 본고사 강화

내신 변별력이 약화되면 대학이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각종 논술고사 및 본고사 성격의 대학별 고사를 강화할 것이라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수능이 만점자 1% 정책으로 인해 쉬워졌고, 학생부 내신성적까지 변별력이 약해지면, 대학은 본고사 수준 논술고사를 출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학생들을 선별할 것"이라며 "논술이 어려워지면 결국 학생 학습부담은 늘고 논술시장이 상한가를 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절대평가를 하면서도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편차를 제공하면 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홍 위원장은 "상위권 사립대들은 현재도 이미 공개돼있는 전 고교의 표준편차 등을 굳이 활용해 학생의 내신을 일일이 따져보지 않는다"며 "내신이 무력해지고 부풀려져도 대학은 걱정하지 않는다. 입학사정관제든 고난도 논술이든 다른 전형 비중을 늘려 외고 과학고 학생을 뽑기 쉬워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교 서열화 고착화 우려

대학들은 달라지는 내신제도를 입시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일단은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2014학년 첫 해 시험 결과나 나와봐야 이를 어떻게 반영할지, 어느 유형 고교가 유리한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실제 점수분포를 어떻게 낼 것인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활용방식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상위권 사립대들이 입시전형에서 '특목고 우대'를 노골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안 그래도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를 원하는 대학들이 굳이 학교별 평균점수와 표준편차를 고려해 가며 내신을 보정하겠느냐는 것이다. 임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결국은 대학이 내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인데, 그간 외고 특목고 학생을 많이 데려오는 등 선발효과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온 대학들이 특목고 우대 입시전형을 양산해 내면서 고교서열화는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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