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릉도에서 서울대뿐 아니라 첫 고려대 합격자도 나왔다. 고려대 보건행정학과 수시모집에서 자기추천전형으로 합격한 울릉고등학교 3학년 김홍준(19ㆍ사진)군이다.
"학원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지만 서점도 없을 줄은 몰랐다"는 김군은 고등학교 2학년 때 고향인 경북 안동시를 떠나 처음 울릉도로 들어왔다. 영어교사인 부모가 각각 울릉고와 우산중학교로 발령났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섬 생활이 답답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문제집을 구입해도 날씨가 안 좋아 배가 뜨질 못하면 1, 2주를 기다려야 했다. 인터넷으로 60분짜리 EBS 강의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는 데는 90분이나 걸렸다. 하지만 김군은 바다와 산이 보이는 교실에 앉아 공부를 하는 게 좋았고 30명이 전부인 인문계 반 친구들과도 금세 친해졌다.
그러나 고2 여름방학 때 뇌종양이 발병,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오가며 수술과 치료를 받느라 1년 동안 학교를 쉬어야 했다. 머리가 너무 아파 병원에 갔다가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지만, 지금은 거의 완쾌됐다.
김군이 보건행정학으로 진로를 결정한 것도 이 때부터다. 당시 김군은 병원에 갈 때마다 지방에서 온 환자들이 잠을 자고 머물 수 있도록 병원 측이 제공해준 '사랑의 쉼터'에서 지내며 큰 감명을 받았다.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환자들이 저렴한 비용만 내고 편안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군은 "그 때 사랑의 쉼터에서 도움을 받은 게 너무 고마워 보건행정을 공부해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기로 마음 먹게 됐다"고 했다.
목표가 생기니 할 일도 많아졌다. 김군은 학교를 쉬는 동안 2012학년도 수학능력시험부터 새로 도입된 미적분과 통계를 혼자 공부했다. 지난해 9월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는 EBS 강의를 들으며 대입을 준비했다. 김군의 담임인 김종태 교사는 "김군이 처음 전학 왔을 때만 해도 최상위권 성적은 아니었는데, 수술 후 학교로 돌아와서는 졸음을 쫓으려 자기 머리를 때리며 공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울릉도의 유일한 고교인 울릉고는 김군 덕에 개교 57년 만에 첫 고려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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