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전면 등장을 앞두고 친박계 내에서 계파모임 해체와 일부 의원의 불출마 검토 등 '탈(脫)계파'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친박계 스스로 계파 해체를 공식화 함으로써 박 전 대표의 활동 반경을 넓혀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선 대표적 친박계 의원 모임인 '여의포럼'의 해체 얘기가 나온다. 여의포럼이 오는 20일 송년모임을 가질 계획인데 이 자리에서 해체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포럼 회원인 김학송 의원은 13일 "박 전 대표가 당내 모든 계파를 안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어제 나 스스로 탈퇴 입장을 얘기했고 다른 친박 의원들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사덕 의원도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 직후 해체됐어야 했다"고 공감했다. 포럼의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아직 해체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해체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면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여의포럼은 18대 총선 당시 공천 탈락으로 탈당, 무소속연대를 이뤄 당선된 뒤 복당한 의원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대표적 친박계 모임이다. 지난해 8월에도 당 지도부의 계파 해체 권유로 김무성 원내대표와 서병수 최고위원이 탈퇴하면서 모임 해체가 공론화됐었다. 현재 여의포럼 회원은 21명으로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을 제외한 20명이 친박계 의원들이다.
역시 당내 친박계 모임으로 인식돼 온 선진사회연구포럼의 해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표를 맡고 있는 유정복 의원은 "친이계 의원도 참여하고 있는 연구단체로 계파 모임으로 볼 수 없다"면서도 "정말 모임이 문제가 된다면 안하면 되는 것이고 국회 등록을 철회하는 방안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선진사회연구포럼에는 정양석, 윤영, 조전혁 의원 등 비박(非朴) 의원까지 총 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 중진인 허태열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을 해 눈길을 끌었다. 허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표께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불출마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트위터에 "제가 마치 내년 총선에 불출마할 것처럼 기사화된 것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으신 것 같다"며 "제 말은 박 전 대표께서 당을 위기에서 구하고, 내년에 우리가 승리하는데 도움되는 일이라면…"이라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친박계 내에선 "박 전 대표 주도의 쇄신 흐름 속에서 영남권 다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출마 선언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기환 의원은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공식 출범하게 되면 친박계 해체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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