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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 조역 거쳐 주연 맡은 조휘/ "안중근 의사와 닮은 외모…운명처럼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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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 조역 거쳐 주연 맡은 조휘/ "안중근 의사와 닮은 외모…운명처럼 느껴져요"

입력
2011.12.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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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게 돼 버린 일, 배우가 단역에서 조역을 거쳐 주연배우로 성장하는 일이다. 주연급으로 진입하는 장벽이 높기는 TV,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비교적 기회가 열려 있었던 뮤지컬계도 최근 잇따른 대중스타 유입으로 상황이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배우 조휘(30)의 행보는 눈여겨볼 만하다. 2002년 출연 분량이 5분 남짓에 불과한 '블루 사이공'의 라이따이한 김북청 역으로 데뷔한 그는 '마이 스케어리 걸' '김종욱 찾기' '돈주앙' 등을 거치며 실력 있는 조연으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영웅'은 2009년 초연 때 안중근의 조력자 조도선 역을 맡아 지난 8월 뉴욕 공연까지 소화했다.

그런 그가 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새로 개막한 '영웅'에서 초연부터 꾸준히 출연한 정성화와 더블 캐스트로 주인공을 꿰찼다. 조도선을 연기하면서 안중근의 커버 배우(주인공이 무대에 서지 못할 때 대신하는 배우)를 함께 맡아 기회만 엿본 지 2년 만의 성취다.

"2년이나 참여한 공연인데 안중근으로 처음 무대에 선 날 1막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요. 인터미션 때 제작진이 잘했다고 격려해 주셔서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어요."

이제 막 2회의 공연을 마친 '조휘식 안중근'에 대한 관객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연출자 윤호진씨도 "걱정이 많았는데 무난하게 소화했다"며 "장기로 공연할 '영웅'의 훌륭한 요원 한 명을 더 확보한 셈"이라고 평했다.

"무엇보다 외모는 안중근을 맡았던 역대 배우 중 가장 닮았다고 하대요. 이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나 봐요."(웃음)

조휘는 애써 여유를 부려 보지만 사실 데뷔 9년 만에 1,000석 이상 규모 공연장에서 하는 대형 뮤지컬의 주인공을 맡기까지 마음고생이 만만치 않았다. 오디션에서 낙방한 게 수백 번, 서류 심사에서 떨어진 것만도 수십 번이다.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배역의 크기를 키워왔건만 간혹 주변에선 "조휘가 과연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소리가 들려 오기도 했다. 그게 약이 돼 독하게 연습했다. 새로 맡을 배역의 노래를 꿈에 나올 정도로 하루 종일 반복해서 들으며 목이 쉴 만큼 따라 불렀다. 극 중 캐릭터와 관련된 모든 것은 직접 체험해 보려고 애썼다. 천도교 신자인 그가 이번 '영웅'을 앞두고 안중근의 종교인 천주교 교리 공부를 시작한 것도 그래서다. "언젠가 꼭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장소인 하얼빈에 가 보겠다"고도 했다. "나 스스로에게 가혹할수록 내 표현은 더 단단해진다"고 믿는 까닭이다.

배우의 꿈은 중학생 때부터 키웠다. 연기자의 길을 반대하는 부모님과의 타협점으로 연극영화과가 아닌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진학했다. 그 대신 입학 후에는 연극 동아리 활동에 매달렸다. 그는 "원하는 것은 꼭 하고야 마는 성격"이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뮤지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군 복무 시기엔 본명인 '성범' 대신 사용할 '휘'라는 예명을 직접 지을 만큼 각오도 대단했다.

"2002년에 함께 연기를 시작한 동료 배우 중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시 연기 지도 강사로 전향하거나 장사를 시작한 이들도 많아요. 하지만 전 안중근 역에 도전할 때 그랬던 것처럼 2, 3년의 유예 기간과 뚜렷한 목표 배역을 설정해 놓고 언젠가 느닷없이 찾아올 기회를 기다리며 늘 준비하고 있었죠."

그는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꼭 좋은 배우로 성공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이번에 안중근 역을 잘 소화해야 뮤지컬에 갓 입문한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열릴 거라고 생각해요. 대학의 연극ㆍ뮤지컬 관련 학과가 늘어 매해 배출되는 신인 배우의 수가 엄청나지만 그 배우들이 설 자리는 여전히 한정적이거든요."

"아직은 내년 초까지 계속될 '영웅' 외에 그 어떤 것도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그는 어떤 역할이든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평을 듣는 게 장기적인 목표다. "제가 밋밋하게 생겼으니 유리할 것 같아요. 단역 시절에는 뭘 해도 다 안 어울릴 것 같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요즘은 외모가 평범해서 조연인 조도선도, 주연인 안중근도 다 어울린다고들 하시던 걸요."(웃음)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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