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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재판받을 권리와 법률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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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재판받을 권리와 법률 비용

입력
2011.12.1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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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대한민국 국민 8명 중 1명은 소송사건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법정다툼을 벌였다. 특히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민사사건의 경우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며 전체 소송사건 중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엔 우리나라 국민 정서 상 원만히 분쟁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컸지만, 세상이 각박해지고 사회생활이 다양해지다 보니 예기치 않게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문제는 각종 분쟁의 해결 수단으로 누구나 쉽게 법적 대응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 '송사(訟事) 3년이면 기둥뿌리 빠진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떤 소송이든 오래가고 돈도 많이 든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법원 앞이면 변호사 간판이 즐비하게 걸려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송사에 휘말리면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고, 상담료나 소송비용 때문에 지레 움츠러들 수 밖에 없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현실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변호사 1인당 국민 수는 5,100여 명으로 미국(268명)이나 영국(394명), 독일(560명) 등에 비해 법률서비스 공급이 현저히 낮다. 게다가 변호사 보수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고 비용도 매우 높다. 때문에 법률지식이나 소송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제대로 법률 대리인을 활용할 수 없어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재판을 받지 못하거나 재판에서 패소하는 일이 적지 않다. 특히 민사소송은 소송 당사자가 대등하다는 전제에 입각하고 있지만 소송 기술과 변론 능력의 차이로 소송 당사자가 평등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몇 해전 국내에 등장한 법률비용보험은 우리 법률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 만큼 우리 법률시장 규모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소송이 분쟁을 해결하는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보험을 활용해서라도 일상적인 법률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려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만약 법률비용보험이 국내에서 보다 활성화 된다면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피보험자들은 일정 한도 내에서 법률서비스에 대한 제반 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어 조금이나마 법적 분쟁 해결비용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굳이 소송까지 갈 필요가 없는 사안들은 보험회사의 해당 변호사들의 빠른 개입으로 중재, 화해, 조정 등의 조치를 통해 시간적 낭비를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소송을 미연에 방지해 소송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내 법률시장에서 법률비용보험이 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보험회사가 당장 눈 앞의 이익에 집착하기 보다는 고도화된 사회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문적인 문제에 즉응할 수 있는 전문변호사 인력 확보에 먼저 심혈을 기울여 피보험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률 격언이 있다. 아무리 좋은 법률이라 할지라도 스스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선량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신의 권리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기본적인 법적 권리를 실현할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가혹한 말은 없을 것이다.

몇 해전 정치권에서 논의됐던 공공보험 성격의 법률보험을 도입해 의료서비스처럼 국민들이 보다 쉽게 법률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해법일 수 있지만, 당장의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권리침해로부터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방편으로 법률비용보험의 순기능적 측면을 곱씹어 볼 필요는 분명하다. 국민이 재판 받을 권리를 누리는 것은 기본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양만식 단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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