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불법 조업하던 자국 어선 선장이 우리 해경대원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불행한 사건”이라며 “한국 해경이 숨진 것에 유감의 뜻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 당일에는 유감 표명 없이 “한국측이 중국 어민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장하고 인도주의적으로 대우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해 한국민의 공분을 샀다.
중국 정부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공식적인 유감을 표명한 것은 책임전가로 일관했던 종전의 태도에 비해서는 달라진 모습이다. 그러나 자국 어선의 불법조업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믿기는 어렵다. 2008년 12월 목포해경 소속 박경조 경위 사망 사건 등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및 무력저항 피해에 재발방치 대책을 요구할 때마다 중국정부는 “교육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미온적 대응과 책임 회피로 일관해왔다. 적반하장 식 고압적 언사로 압박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10월 말 목포 해경이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어선 3척을 최루탄 등을 동원해 나포했을 때 중국 외교부는 “한국측이 문명적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해경의 강경 대응은 중국어선들이 쇠파이프 낫 갈고리 등 흉기로 중무장한 채 갈수록 흉포화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그런데도 문명적 법 집행 운운하는 것은 이웃나라를 얕보는 오만한 대국주의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정부는 보편적 국제규범과 상식을 외면하는 모습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치는지 돌아봐야 한다. 반체제 작가 류샤오보 노벨평화상 수상에 맞서 제정한 공자평화상의 제 2회 수상자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를 선정했다가 그가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이는 바람에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만큼 세계인의 상식과 보편적 국제규범에서 동떨어져 있음을 뼈아프게 깨달아야 한다.
중국 정부의 오만한 태도에 대해 한국민의 감정이 들끓고 있다. 정반대로 중국 네티즌의 대다수는 한국 해경의 대응을 비난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간 감정이 악화하는 것은 어느 쪽에도 도움이 안 된다. 중국은 한국 정부의 대미 밀착을 비난할 게 아니라 한중 관계를 해치는 근원부터 해소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 EEZ에서 불법조업을 자행하는 자국 어선에 대해 근본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 정부도 눈치를 보며 어물어물 넘기는 저자세에서 벗어나 증거와 사실을 근거로 당당하게 따지고 요구사항을 관철해야 한다. 그게 진정으로 한중관계를 튼튼히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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