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가 제정하고 GS가 후원하는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시상식이 13일 오후 3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렸다. 이상석 한국일보 사장은 수상자인 소설가 최제훈(38)씨에게 상금 2,000만원과 상패를 수여했다.
시상식은 심사 경위 보고와 시상, 축사와 수상 소감 발표 순서로 진행됐다. 본심 심사위원인 문학평론가 홍정선씨(문학과지성사 대표)는 "한 문학상의 권위는 역대 수상자들이 결정하는데, 이문구 이청준 이병주 최일남 김원일 성석제 신경숙 등 한국일보문학상의 역대 수상자들 면면은 한국 현대 소설사를 구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늘 발전 가능성이 뛰어난 작가를 배출했고, 수상자들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씨는 "최제훈씨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너무나 잘 짜인 치밀한 구성을 자랑하고, 독자를 이야기의 미궁 속으로 빨려들게 하는 능력이 어느 소설가보다 뛰어나다"며 "앞선 수상자들이 그랬듯이 틀림없이 훌륭한 작가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사는 최씨의 서울예대 은사인 문학평론가 이광호(서울예대 교수)씨가 맡았다. 최씨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다시 입학했고, 졸업 후엔 서울예대 교직원으로도 근무했다. 이씨는 "교직원을 그만 두고 소설에 매진한다고 했을 때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등단작을 보곤 내가 알던 그 교직원인가 싶어 놀랐다"며 "수상작은 그가 일곱 개 이상의 눈을 가진 소설가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축하했다.
수상 소감에서 최씨는 "십여 년 전, 허파 이식 수술을 받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글쓰기라는 고약한 허파였다. 수술비는 하숙방에 틀어박혀 400자 원고지 두 권에 쓴 첫 소설로 치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쓰기라는) 여행기는 때로 끔찍한 악몽이 될 수도 있고, 무의미한 주절거림이 될 수도 있고, 분열증적인 망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악몽이자 주절거림이자 망상으로 점철된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이란 여행기로 이렇게 큰 상을 받으니 기쁨보다 면구스러운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가의 각오> 에 나오는 문구 중 '고독을 이길 힘이 없다면 문학을 목표로 할 자격이 없다. 세상에 대해, 혹은 모든 집단과 조직에 대해 홀로 버틸 대로 버티며 거기에서 튕겨 나오는 스파크를 글로 환원해야 한다'를 인용하며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 이 문구를 다시 만났을 때 여전히 제 마음이 흔들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설가의> 일곱>
시상식에는 한국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원로 소설가 김승옥씨가 뇌졸중 후유증에도 불편한 몸으로 참석, 수상자를 격려했다. 또 본심 심사를 맡은 소설가 신경숙씨를 비롯해 소설가 한강 편혜영 김태용 한유주 김도언 김성중 정용준씨, 시인 김혜순씨, 문학평론가 황종연 권오룡 황광수 백지연 최정우 김대산 허윤진씨, 출판인 강병철씨(자음과모음 대표)를 비롯해 염현숙 이근혜 정은영씨 등이 참석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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