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됐다. 1992년 1월 6일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외치고 울었다. 오늘이 1,000번 째로, 이미 9년 전 500회 때 단일주제 시위로는 최장기록을 세워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그러는 동안 171명이 세상을 떠났다. 그제는 최고령인 박서운(94) 할머니가, 어제는 김요지 할머니(87)가 한 많은 생을 쓸쓸히 마감했다. 이제 63명만이 남았다.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의 전쟁 노리개가 됐던 할머니들이 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은 일본정부가 자신들의 실체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와 배상을 하라는 것이다. 이 지극히 당연한 요구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미국 하원의원도 인정했다. 세계 23개국 60여개 도시에서 동조시위를 벌일 만큼 수요집회는 이 문제를 국제적 관심사로 만들었고, 세계적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당사자인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명백한 인권유린 범죄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거부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위안부 평화비 건립 중단까지 공식 요구했다. 우리 정부 역시 양국의 현실적 이해관계에 집착하다가 헌법재판소가 8월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을 위한 적극적 교섭이나 중재에 나서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하자 부랴부랴 위안부 청구권 양자협의를 제안할 만큼 수요집회의 외침에 소홀했다.
역사적 상처와 과오는 외면한다고 없어지는 것도, 씻어지는 것도 아니다. 반성과 사죄만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응어리진 한을 풀어줄 수 있다.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양국 후손들의 역사적 책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결같은 소원처럼 수요집회가 하루라도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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