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전남 신안군 흑산도 해역의 중국 어선 단속 현장에서 만난 홍어잡이배 대광호 선장 최한동(72)씨는 10월말 조업 당시의 악몽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그물을 쳐놓고 어구를 끌어올리는데 10척이 넘는 중국 어선이 라이트로 우리 배를 비추며 위협했다"며 "배를 이동시키라는 신호 같아 서둘러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흑산선적 2영진호 심동열(55) 선장은 최근 출항했다 홍어도 잡지 못하고 개당 6만원씩 하는 주낙 150개까지 잃어버렸다. 심 선장은 "그놈의 쌍끌이 중국 어선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종을 가리지 않고 치어까지 훑어가는 중국 어선이 고기는 물론 주낙까지 끌어가 버린 것이다.
중국 어선들의 무차별 어로에 우리 어민들은 한숨까지 말라버릴 정도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수십 척씩 몰려다니면서 목 좋은 어장에 진을 치거나, 우리 어선을 들이받은 뒤 도주해 자기들 무리에 섞여서 책임을 회피한다.
이같은 '깡패 어업'의 근본 원인은 중국 산둥반도 연근해의 남획으로 어족자원의 씨가 말라버린 탓이 크다. 잡을 고기가 없어지자 중국 어선들은 주로 어둠을 틈타 우리 해역을 침범한다. 해경에 단속되면 어선 톤수에 따라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선박 담보금을 내야 하는데, 통상 선박 소유자는 담보금을 선원들에게 분담시키기 때문에 선원들은 수년 간 해당 선박에서 노예 같은 생활을 해야 한다. 선원들 입장에서는 한번 걸리면 끝이라는 생각 때문에 단속에 대해 격렬한 저항을 불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부러 순순히 해경 단속에 걸려주는 함정까지 쓰고 있다고 어민들은 전한다. 흑산도 어민 최모(49)씨는 "한 척을 희생양처럼 의도적으로 단속에 걸리게 한 뒤 그동안 다른 어선들이 조업을 해서 나중에 담보금을 함께 납부하는 방식인 것 같다"며 "수십 척의 어선이 얻는 이익에서 한 척의 담보금을 빼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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