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13일 "향후 1, 2년 간은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며 비관적인 내년 경제전망을 내놓았다.
손 교수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격동 속의 세계 경제: 전망과 투자 전략'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중국ㆍ인도 등 신흥국 시장 투자는 아직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선진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이들 국가의 성장 둔화가 예상되는 데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신흥국 통화의 평가절하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투자 리스크(위험)을 늘리기보다 1, 2년 뒤를 염두에 두고 안전성을 추구하는 데 집중할 때"라며 미국 국채와 IBM,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 우량 회사채, 연 수익의 5~6%를 배당하는 고배당 주식 등을 투자 대상으로 추천했다.
손 교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해체돼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현 상태의 유로존은 생존이 불가능한 지경"이라며 "그리스나 스페인,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국들이 유로존을 나가거나 독일이나 프랑스가 떠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독일과 남유럽이 같은 통화를 쓰는 건 미국과 과테말라, 엘살바도르가 단일 통화를 사용하는 것처럼 비현실적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주 유럽 정상들이 합의한 신(新)재정협약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각국 이해관계가 달라 이행이 쉽지 않을뿐더러 새 규칙을 위반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유럽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그리스 부채의 70%를 상각하는 등 과감한 대손처리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의 공적자금 지원이 필요하지만 선거 등 내년 각국의 정치적 사정 탓에 해법을 도출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교수는 주요국들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내놓았다. 서서히 회복 기조로 들어서는 미국은 올해 성장률 예상치(1.5~2.0%)보다 다소 높은 2.5% 성장이 가능할 걸로 내다봤고, 중국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젊은층을 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8%의 성장률에는 약간 못 미칠 걸로 전망했다.
그는 "금융위기로부터 비롯된 현재 세계 경제 불황이 해결되기까진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세계 경제라는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작은 배인 한국 역시 예상을 밑도는 3.5%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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