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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인디언이 되고 싶은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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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인디언이 되고 싶은 소망

입력
2011.12.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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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이 되고 싶은 소망

프란츠 카프카

진짜 인디언이라면, 달리는 말에 서슴없이 올라타고, 비스듬히 공기를 가르며, 진동하는 땅 위에서 이따금씩 짧게 전율을 느낄 수 있다면, 마침내는 박차도 없는 박차를 내던질 때까지, 마침내는 고삐 없는 말고삐를 내던질 때까지, 그리하여 앞에 보이는 땅이라곤 매끈하게 다듬어진 광야뿐일 때까지, 벌써 말 목덜미도 말머리도 없이.

* * *

얼마 전 제가 소개했던 김기림의 시 '길'은 1936년 잡지 <조광(朝光)> 에 실린 것입니다. 전집에는 수필로 분류되어 있고 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시선집에는 시로 분류되어 있더군요. 매우 길고 행 구분이 없는 바예호의 시를 읽어주면 학생들이 묻습니다. "그거 시 맞아요?" 그럴 때마다 시를 시로 만드는 것이 뭘까 생각합니다. 시만의 고유한 이미지? 리듬? 정확하게 말하자니 곤란해서 "시적인 것이 들어 있으니 시란다" 대답해보지만 석연치 않아요. 카프카의 '인디언이 되고 싶은 소망'은 산문으로 분류되지만 어떤 시보다도 시적인 사유와 이미지로 가득합니다. 혹시 '시로 여는 아침'을 '시적인 것으로 여는 아침'으로 바꾸면 잡혀갈까요? 몸을 타고 달리던 육중한 영혼이 어느덧 인디언의 날쌘 말처럼 사라지는 이 아름답고 시적인 기분. 중요한 건 우리들의 '시적으로 되고 싶은 소망'이니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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