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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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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입력
2011.12.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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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바라는 마음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하는 일본영화가 개봉한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다.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2004년 칸국제영화제 최우수남자배우상 수상작인 '아무도 모른다'를 비롯해 '원더풀 라이프' '걸어도 걸어도' '공기인형' 등을 만든 일본의 주요 감독이다. 그는 한국에 가장 많은 팬이 있는 일본 감독이기도 하다. '진짜로…'의 개봉(22일)을 앞두고 13일 오전 신문로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진짜로…'는 경제적 사정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 후쿠오카와 가고시마에서 각기 따로 사는 어린 형제의 사연을 뼈대로 하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사는 게 소원인 형은 가고시마의 화산이 폭발하면 가족이 재결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화산폭발이라는 기적을 바란다. 신칸센 열차 두 대가 마주 지나치는 곳에서 소원을 빌면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는 믿으면서 형제와 그 친구들은 별난 여행길에 나선다.

'진짜로…'는 운명과도 같은 삶의 고독에 방점을 찍어왔던 고레에다의 전작들보다 훨씬 경쾌하고 밝다. 자신들의 불우한 처지보다 어른들의 현실을 더 걱정하는 아이들의 성숙함이 종종 웃음을 부른다. 고레에다 감독은 "오디션으로 만난 두 형제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 영화를 좀 더 밝은 곳으로 이끈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세상에 대한 시선이 변했다는 인식은 없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어른들을 밝게 하는 나의 네살배기 딸에 대한 일상적인 경험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새 신칸센 노선의 개통을 앞둔 일본철도 회사 JR의 마케팅 관계사가 열차가 나오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겠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내용에 전혀 간여하지 않으면"이란 조건을 걸고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제작비의 4분의 1은 JR관계사에서 지원 받았다. 그는 열차가 마주 지나칠 때 소원을 비는 장면에 대해 "안개 낀 밤 터널을 지나던 열차가 시간을 거슬러 30년 전 어느 역에 도달한다는, 아주 어렸을 적 읽은 영국 이야기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배두나가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공기인형' 출연을 발판으로 '매트릭스' 시리즈를 만든 앤디ㆍ래리 워쇼스키 형제의 '클라우드 아틀라스' 촬영을 하게 되면서 그의 이름이 최근 충무로에서 새삼 입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제 영화 덕분은 아닌 듯하다"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어제도 휴대폰 문자를 주고 받았는데 배두나는 할리우드 진출이 전혀 신기할 게 없는 아주 능력 있고 멋진 배우"라고 말했다. "배두나는 뛰어난 배우의 조건인 좋은 귀를 가졌습니다. '공기인형' 촬영 때도 일본어를 금방 숙달하더군요. 영어권 활약이 기대되는데 배두나와 다시 한번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배두나는 다음엔 사람 역할(배두나는 '공기인형'에서 성인용 인형을 연기했다)을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웃음)"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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