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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래빗 홀' 아이를 잃은 부부 '삶'을 찾아가는 애달픈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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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래빗 홀' 아이를 잃은 부부 '삶'을 찾아가는 애달픈 사투

입력
2011.12.1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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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정원 가꾸기에 시간을 쏟고 남편은 일과 여가를 즐긴다. 남들이 부러워할, 평화롭고 풍성한 삶을 사는 듯한 부부는 가슴 속에 아물지 않을 상처를 지니고 있다. 둘은 서로 그 상처를 덧나게 할까 봐 두려워 말을 아끼고 감정을 누른다.

'래빗 홀'은 살아남은 부모의 고통과 슬픔을 다룬다. 8개월 전 네 살 아들을 사고로 잃고 각자 상처를 지우기 위해 노력하는 부부 베카(니콜 키드먼)과 호위(아론 에크하트)의 조용한 사투를 빌려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한다.

베카와 호위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슬픔을 벗어나려 한다. 베카는 자신 주변에서 아들의 흔적을 없애려 하고, 호위는 아들이 남긴 옅은 그림자라도 붙들려고 한다. 자식 잃은 부모들 모임에 대해서도 베카는 냉소적인 반면 호위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베카와 호위의 서로를 위한 감정의 절제는 폭풍전야와도 같다. 결국 사고와 연계된 소년을 베카가 만난 사실을 호위가 알게 되면서 둘은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폭풍 속으로 진입한다. 그리고 둘은 격정을 주고 받으면서 자신들이 의연히 맞서고 있다고 생각했던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서로 다른 식으로 도피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상실과의 끊임없는 싸움이라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껴안았을 때 삶은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 것이라고 영화는 말하려 한다.

영화는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대체로 차분하면서도 언제 폭발하지 모를 시한폭탄과도 같은 긴장감을 품고 있다. 베카가 옛 직장 동료가 무심코 던진 "가족은 어때요"라는 안부 인사에 표변하거나, 마트에서 한 아이 엄마의 뺨을 때리는 장면(베카는 사탕을 사달라 떼쓰는 아이의 엄마에게 "그깟 사탕 사주라"고 말했다가 "아이 없는 사람이 할 소리"라는 면박을 당한다), 냉정을 유지하던 호위가 가해자 소년의 등장에 분노를 터트리는 모습 등이 이 영화에 내재한 긴장감을 밖으로 드러낸다.

성소수자의 애환을 노래로 풀어낸 '헤드 윅'과 과감한 성 묘사로 논란을 부른 '숏버스'를 만든 존 카메론 미첼이 동명의 유명 연극을 스크린에 옮겼다. 떠들썩하고 화사한 화법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점잖은 어투에 당황할 수도 있다. 미첼은 낮은 목소리로 큰 울림을 주는 재능도 지니고 있음을 이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서 유래한 제목은 현실과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를 의미한다. 가해자 소년이 그린 만화책 제목이기도 한데, 베카는 이 만화로 또 다른 세계의 존재 가능성을 깨닫고 위안을 얻는다. 22일 개봉.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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