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은) 거취 문제와 무관한 일"이라면서도 "(청장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못하면 그만둬야 한다"고 밝혔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결과가 여의치 않을 경우 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총리실의 강제조정안 성격인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입법예고 기간이 14일 마감되는 가운데 총리실이 의미 있는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조 청장의 사퇴는 경찰 조직 내에서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은 20일 정부 차관회의, 22일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에 따라 조 청장의 사퇴 결정 여부는 사실상 정부안이 확정되는 20일 차관회의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경찰청 고위 관계자도 "입법예고 안이 최소한의 경찰 입장을 담아가지 않을 경우 조직의 수장으로서 영이 서겠느냐"며 "이 경우'식물청장'으로 연명하기 보다는 사퇴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또 "총선 출마를 앞둔 공직자들은 내년 1월 12일까지 그만둬야 하는데 국정 운영의 큰 틀에서 인사를 하고, 날짜에 연연해 하지 말라는 뜻을 청와대에 전했다"며 "13일 그만두라고 해도 원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 19대 총선에 출마할 뜻을 접었다는 것이다.
조 청장은 "평소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자주 말해왔으나 처음엔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다 취임 1년이 지나고 선거철이 가까워지자 각종 이슈를 엮어 거취를 거론하고 있다"며 "옛날엔 총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치안정감, 치안감, 경무관 인사를 마치고 이젠 총경 인사도 코 앞에 둔 만큼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과 관련, 경찰 수사에서 배후를 밝히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정된 기간에 할 만큼 했다"며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상 수사 기간으로 규정된 체포 후 10일이라는 기간을 좀 늘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