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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범현대가에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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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범현대가에 판다

입력
2011.12.1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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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을 KCC에 매각한다. 이로써 삼성은 15년간 이어진 순환출자 지배구조가 끊어지고 수직출자구조로 바뀌게 됐는데, 그룹 핵심 지분을 범(汎) 현대가에 넘긴 것에 대해 재계는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카드는 현재 보유 중인 에버랜드 지분 25.64% 가운데 17%를 주당 182만원에 KCC에 매각한다고 12일 공시했다. 매각 대금은 총 7,739억원이다.

이번 매각은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삼성카드가 보유 중인 에버랜드 지분을 내년 4월까지 5% 미만으로 낮춰야 하기 때문에 이뤄진 조치다.

삼성카드는 아직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지분 3.64%에 대해서도 추가 투자자를 찾아 매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1996년 완성된 삼성카드→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동그라미형 순환출자 구조에서 벗어나게 됐다. 삼성카드가 25.6% 지분으로 에버랜드를 지배하던 고리가 끊어지기 때문에, 삼성그룹은 이제 에버랜드가 지주회사처럼 정점에 서고 이어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수직출자구조로 바뀌게 된다.

이와 관련, 시장에선 “왜 KCC인가”에 대해 궁금증을 표시하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삼성의 새로운 수직출자구조에서 에버랜드는 최상위에 있는 기업인데,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회사의 지분을 재계 라이벌인 현대가문 소속 그룹에 넘겼기 때문이다. KCC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 명예회장이 이끄는 기업이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관계자는 “국부 펀드, 사모펀드 등 다수 투자자가 에버랜드 지분 인수를 희망했으나 KCC가 최적의 조건을 제시했다” 고 말했다. 더구나 KCC는 에버랜드와 사업 연관성도 있기 때문에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KCC는 도료, 유리, 건자재 등을 주로 생산 판매하기 때문에 에버랜드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조경 건축 빌딩관리과 연관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사실 KCC가 17%의 지분을 갖는다 해도, 에버랜드 경영권엔 전혀 변화가 없다. 에버랜드의 1대 주주는 25.1%를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 등 가족 지분까지 합치면 절반이 훨씬 넘는다. 그룹 지배구조엔 변동요인이 될 수 없는 지분인 만큼, KCC에 매각한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게 삼성측 주장이다.

KCC 역시 만도와 현대자동차 지분을 장기간 보유했다가 최근에 매각하며 짭잘한 투자수익을 올린 만큼 에버랜드 지분취득 역시 투자차원에서 결정됐을 것이란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경영권에 위협요소는 아니더라도 그룹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핵심기업 의 지분을 범 현대가에 왜 넘겼는지 ▦KCC 역시 비상장주식으로 사실상 일반매각이 불가능한 에버랜드 지분을 왜 샀는지 재계와 시장의 궁금증은 남아 있는 상태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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