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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박근혜, '부수고 끌어안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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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박근혜, '부수고 끌어안아야'

입력
2011.12.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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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의원 비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으로 촉발된 한나라당 사태가 홍준표 전 대표의 사퇴와 박근혜 전 대표의 등판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권한을 어느 정도까지 부여해야 하느냐를 놓고 친박계와 쇄신파 의원들이 여전히 각을 세우고 있지만 박 전 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겨 비상한 국면을 넘기자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손 대면 퍽하고 터질 것 같은' 상태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일단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에게 사태 수습을 맡겨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자는 국면이다. 박 전 대표가 나서도 혼란이 수습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당을 박차고 나가 새 집을 짓겠다는 생각들이 당 일각엔 여전히 포진해 있다.

당 운영을 맡게 된 박 전 대표의 개인적 상황도 좋지 않다. 박 전 대표는 대선주자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지난 10월부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뒤지기 시작했고 그 차이는 벌어지는 추세다. 최근엔 다자대결에서도 박 전 대표와 안 원장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대학생과의 만남 등 대외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한 이후에도 지지율 정체와 하락 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당의 전면에 나서서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다. 하나하나가 당과 자신의 운명을 가를 만큼 가볍지 않다. 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 원래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켜야 하고, 쇄신을 성공시켜 당의 외연도 확대해야 한다. 당내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각종 복지와 조세 등 정책 이슈에 대해서도 당의 입장을 정리해 내야 한다. 정책 쇄신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이뤄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한나라당 간판으로 총선에서 해 볼 만하다'는 희망을 소속 의원들과 지지층에 심어줘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천 쇄신이다. 한나라당 사태의 본질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둘러싼 싸움이라고 해도 크게 빗나간 말은 아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권한과 기간을 놓고 "당 운영 전권을 가지고 총선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친박계와 이를 "당 위기를 틈타 당권을 장악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계책"이라며 반대하는 쇄신파의 싸움도 결국 공천권 다툼이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내에서 이러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임은 현재로서는 틀림없다. 그는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분명한 이미지를 쌓아왔고, 7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구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당의 정책 쇄신과 공천 쇄신을 성공시키기 위해 당장 보여줘야 할 것은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이다. 친박계와 친이계의 계파 구분은 이미 의미가 없어졌다. 쇄신파의 목소리는 당의 항로를 둘러싼 건전한 노선 싸움으로 만들면 된다. 그 동안 박 전 대표를 둘러쌌던 친박계 인사들이 '박 비대위원장' 주변에 다시 포진하게 된다면 '박 비대위 체제'에 희망을 걸 사람은 없다. 그들 대신 진정성을 가지고 당의 운명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친이계나 쇄신파 인사들을 가까이 둬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하면서 자신에게 닥친 위기도 함께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계파 부수기와 끌어안기'가 최우선이 돼야 할 것이다.

김동국 정치부 차장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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