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검찰청이 관할 경찰서로 형집행장을 무더기로 내려 보내 일선 경찰관들이 "업무가 사살상 마비됐다"며 항의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과정에서 검찰이 '형집행장 폭탄'으로 검찰권을 남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서울 동북권 경찰서들에 따르면 이 달 초 북부지검에서 일선 서로 내려온 형집행장은 중랑서 1,300장, 노원서 940장, 강북서 906장, 동대문서 765장, 도봉서 595장에 달한다. 가장 많은 형집행장이 배당된 중랑서의 경우 올 한 해 전체 하달된 집행장(4,800장)의 27.1%가 12월에 몰린 셈이다.
형집행장은 검사가 형을 집행하기 위해 소환했으나 응하지 않았을 경우 구인하기 위해 발부하는 일종의 강제 구인장이다. 형편이 어려워 벌금을 내지 못한 사람들에게 벌금을 내든지 아니면 노역장으로 가든지 선택하라는 통보서다.
경찰 관계자는 "형집행장은 재판 집행사무의 하나인 만큼 검찰의 고유 업무로 봐야 하지만 경찰이 연간 40만~50만건씩 대신 처리하고 있다"며 "경찰이 합법적으로 체포할 수 있는 경우는 현행범 체포와 긴급체포, 영장에 의한 체포뿐이지만 검찰 대신 벌금미납자 체포를 하면서 검찰이 받을 비난까지 대신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일선 경찰서마다 1,000건 안팎의 형집행장을 발부하는 것은 경찰이 본연 업무는 손 놓고 이 일만 하라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과다한 양의 형집행장으로 인해 경찰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는 일은 다반사다. 일선 지구대 A 경사는 "그렇지 않아도 연말이면 범죄예방 순찰만으로도 바쁜데 형집행장 집행을 위해 근무 중 오전, 오후, 초저녁에 5~6번씩 벌금미납자의 집을 방문하기도 한다"며 "대개 계좌이체 등을 통해 벌금을 징수하지만 못 내는 경우에는 체포해 순찰차로 직접 검찰청까지 데려가야 하는데 치안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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