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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없이 두 자녀 영재교육원 공부시킨 김선녕씨 "친구들 학원 갈 때 종이 접으며 놀게하니 성적이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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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없이 두 자녀 영재교육원 공부시킨 김선녕씨 "친구들 학원 갈 때 종이 접으며 놀게하니 성적이 쑥쑥"

입력
2011.12.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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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은진이가 수학시간만 되면 제 눈도 피하고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김선녕(38)씨는 2008년 봄 당시 초교 4학년이던 딸 반은진(현재 13ㆍ충북여중1)양의 학교 참관수업을 찾았다 담임교사로부터 이런 말을 듣고 적잖이 당황했다. 담임교사는 '선생님이 옆에만 가도 아이가 바들바들 떠는 것 같다'고까지 했다.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부담을 안 주려고 놀이만 시켰던 김씨는 "내가 애한테 잘못한 건가. 우리 애만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바로 학원으로 달려갈 법했지만 김씨는 우선 학교 교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돌아온 답은 "집에서 스스로 하는 복습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평범한 조언. 하지만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김씨의 '엄마표 자기주도학습 지원 작전'은 비범한 효과를 발휘했다. 은진양과 동생 승빈(12ㆍ남평초6)군 모두 지난해 나란히 충북교육청 영재교육원 수학ㆍ과학영재반, 청주교대 영재원 시험에 통과해 올 한해 무료로 영재교육을 받았다. 영재원을 다닌 덕분에 승빈이는 올해 성균관대가 주최한 전국영어수학학력경시대회에서 6학년 수학부문 대상(1위)까지 탔고 은진이도 각종 과학관련 교육장상과 교내 학력상을 휩쓸었다. 김씨는 "모두 공교육을 통해 본 효과"라고 싱글벙글이다. 8일 김씨를 만나 교육법을 들어봤다.

저학년은 공부근성을 쌓는 시기

'아이가 수학을 싫어한다'는 담임선생님의 신호에 잠시 철렁하긴 했지만, 김씨는 저학년 때 남매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던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저학년을 보내며 실천했던 것은 ▦종이접기 자격증 준비 ▦점핑클레이 꾸준히 하기 ▦한자암기 놀이 하기 ▦영어 동화책 읽기뿐. 한자공부는 학교 조회시간에 하는 특성화교육을 매일 집에서 복습하는 것으로 대신했고 영어, 간단한 암산 등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선에서 놀이형식으로만 가르친다는 나름의 규칙을 세웠다.

김씨는 "돌이켜보니 다양한 색채의 종이를 차분히 접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창의력,꼼꼼함, 집중력, 근성이 모두 자란 것 같다"며 "승빈이는 이때 키운 집중력으로 최근 한번 좋아하는 수학문제를 풀기 시작하면 보는 사람이 없어도 3시간씩은 꼼짝 않고 집중한다"고 말했다. 7~10세, 총 4년간 종이접기를 배우며 1,2,3급의 자격증까지 땄다. 손과 두뇌의 감각을 늘 깨어있게 하다 보니 두뇌회전에도 도움이 됐다.

"아이들이 몰입해 자신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성취하는 즐거움을 깨달을 무렵, 이 즐거움을 암산게임, 한자암기 놀이 등으로 옮겨가 고학년 공부의 기초를 조금씩 쌓았어요."

고학년 공부는 복습위주로

은진이가 4학년이 된 이후로는 김씨도 두 아이의 수학, 과학, 영어 등 교과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학교의 조언에 따라 공부는 철저히 학교진도를 중심으로 한 복습과 약간의 예습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직접 세운 고학년 실천사항은 ▦학교 내부 대회 참가하기 ▦방과후 수학교실 수업 듣기 ▦신문, 과학ㆍ시사잡지 등 많이 읽기 등이다. 대회에 참가하도록 한 이유는 학교에 아이의 학습 열정도 알리고, 일종의 목적을 갖고 공부하기 위해서다.

남매가 일주일에 2번 학교의 방과후 수학경시반 수업을 듣고 오게 했고, 귀가 후에는 거실에 나란히 앉아 복습에 복습을 반복하는 단순한 일상을 반복했다. 김씨는 "의외로 집만큼 아이들이 편하고 조용하게 장시간 집중할 수 있는 장소는 없다"고 말했다. 단, 집중력을 위해 간단한 학교 복습 외의 추가학습은 하루에 한 과목만 하도록 하고 방과후 교실에서 배운 내용은 밤을 새워서라도 함께 오답노트를 만들어 간다는 규칙을 세웠다. 신용보증기금에 재직 중인 아빠 반기정(42)씨도 매일 밤 남매의 오답노트 작성에 멘토가 됐다. 다른 지역으로 파견근무를 가 있는 동안은 수학문제를 함께 풀기 위해 이메일에 영상통화까지 동원했다. 이렇게 만든 수학 오답노트는 다시 두고두고 복습했다. 수학 실력은 선행학습이 아닌 복습을 통해 쌓인다는 것이 김씨의 믿음이다. 이 실력은 지난해 영재교육원 시험통과의 밑바탕이 됐다.

수업시간에 질문이 끊이지 않고, 교내 대회 참가 등에 적극적인 점이 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회자되면서 남매는 시험이 아닌 관찰추천제로 영재교육대상을 선정하는 올해도 학교 추천을 통해 영재교육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은진양은 현재 전형 진행 중이고, 승빈군은 충북과학고(공립) 영재교육원 수학반에 합격했다.

"학교에서는 수업과 방과후 교실을 통해 수학 과학의 기초를 쌓아주고, 영재교육원에서는 다시 심화학습자료와 교구로 창의성, 문제해결력을 키워주니 공교육의 혜택을 200% 받고 있는 셈이죠."

김씨는 이 같은 자신의 경험을 담은 글을 응모해 올해 6월 전국학부모지원센터가 주최한 '사교육없이 자녀 교육하기'수기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그는 "영재교육원을 보내기 위해 다시 수학경시학원을 보내는 부모들이 많지만 관찰추천제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수업에 충실한 게 낫다"고 조언했다.

청주=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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