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민주화 혁명의 거점 도시 홈스가 대량학살 위기에 처했다. 시리아 정부의 홈스 절멸 작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하마의 비극'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CNN은 11일(현지시간) 모하메드 함도 자유시리아군 지도자의 말을 빌려 "시리아 정부가 10일 시위대와 무장 반군에게 72시간 내에 무기를 반납하고 투항하지 않을 경우 무차별 폭격을 가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전했다. 정부군이 정한 공격 데드라인은 12일 밤까지다. 함도는 "국제사회가 계속 수수방관하면 하마의 대학살을 목격할 것"이라며 서방 국가의 개입을 촉구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는 1982년 2월 전투기와 탱크 등을 동원, 수니파 무슬림형제단의 근거지인 하마 주민 2만여명을 학살했다.
현재 홈스는 통신은 물론 전기, 물과 같은 생필품마저 바닥나 정부군의 대대적인 진압 작전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홈스에 물과 전기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보도를 부인했다.
시리아 반정부 시위가 10개월 째 접어들면서 정부군의 공세는 홈스에 집중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홈스는 당초 남부 데라, 북부 라카티아, 바니야스 등과 함께 반정부 기치를 내건 도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정부의 무력 진압 앞에 다른 도시들이 주춤한 것과 달리 홈스에서는 거의 매일 정부 규탄 시위가 이어졌다. 4월 초 정부군이 민간인 시위대에 첫 발포를 한 곳도 홈스였고, 지난달에는 하루에만 최소 100명이 사망해 시리아국가위원회(SNC)가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홈스가 민주화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지정학적 중요성이다. 홈스는 인구(150만명) 기준으로 시리아 제3의 도시에 불과하지만 농ㆍ상ㆍ공업의 중심지로 내륙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핵심 거점이다. 홈스는 또 여러 개의 위성도시를 거느린 확장 구조를 하고 있어 정부군이 전 지역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탈영병으로 구성된 반정부군은 홈스의 이런 전략적 가치를 간파하고 이 곳을 군사 요충지로 삼았다.
거꾸로 정부 입장에선 홈스 장악에 실패할 경우 미스라타를 포기하고 몰락의 길을 걸은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카다피는 리비아 동ㆍ서부의 연결고리인 미스라타에서 철군한 뒤 시민군에 서부 산악지대와 수도 트리폴리를 차례로 내주며 결국 패퇴했다. BBC는 "홈스의 시위가 사실상 국지전 형태로 발전했다"며 "정부군이 지방 도시에 과도하게 화력을 배치한 것도 도시를 고립시키는 효과를 노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홈스의 강한 지역색 역시 저항 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한 몫 했다. 홈스는 주도권을 쥔 특정 종파가 없어 주민 간 화학적 결합이 용이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중동문제 전문가인 피터 할링은 "홈스 주민의 단결력과 낙천적 성격이 정부의 야만성을 극한까지 끌어냈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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