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숙인 위한 자유카페 왜 못 만드나 했더니…인근 쪽방 임대인·상인들 "생계 위협" 공사 저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노숙인 위한 자유카페 왜 못 만드나 했더니…인근 쪽방 임대인·상인들 "생계 위협" 공사 저지

입력
2011.12.12 13:42
0 0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옆 오르막길 왼편의 5층 건물 앞. 유리창이 사라지고 곳곳에 간판이 걸렸던 흔적만 있는 이 건물 앞에서 대여섯 사람이 장작불을 쬐고 있었다. 이들 중 한 명은 "20일 넘게 여기서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빈 건물은 서울시가 '노숙인 자유카페'를 만들기 위해 임대한 곳이고, 모여 있는 사람들은 골목 위쪽 쪽방촌에서 관리자로 있거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다. 시가 서울역에서 가까운 이곳에 노숙인 시설을 만들려고 하자 쪽방촌 주민들이"우리도 서민인데 생계를 위협 받게 된다"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올해 7월 코레일이 서울역사 내 노숙인 퇴거 방침을 발표하자 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노숙인 자유카페 조성을 추진했다. 냉난방과 샤워시설을 갖추고, 노숙인들이 24시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TV 인터넷 전화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노숙인 자유카페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시는 겨울이 시작되기 전 카페를 열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다 10월 중순 이 건물 전체를 임대했다.

하지만 지난달 노숙인 카페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인근 쪽방촌 주민들이 공사를 저지하면서 카페를 열지 못하고 있다.

시가 노숙인 자유카페를 만들려고 하는 건물 인근에는 하루 사용료가 6,000~7,000원 정도인 쪽방 600개가 몰려 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쪽방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정모(73) 할머니는 "노숙인을 위한다고 공짜시설을 만들면 쪽방에서 잘 사람들도 다 거기로 가서 장사를 못 한다"며 "나도 쪽방 10개 세를 얻어 장사를 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다 따지고 보면 세입자이고 서민"이라고 주장했다. 쪽방촌에서 식탁 3개가 있는 식당을 운영하는 전모(75) 할머니는 "거기서 공짜로 먹을 것도 줄 텐데 그러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이들이 걱정하는 이유는 노숙인과 쪽방촌 이용자 간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역 앞 노숙인 다시서기지원센터에서 일하는 한 사회복지사는 "노숙을 하다가 돈이 생기거나 몸이 안 좋으면 쪽방에 며칠씩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쪽방에서 살다 일자리를 잃으면 노숙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시는 쪽방촌 주민들이 지나친 우려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시 관계자는 "카페는 숙박시설이 아니고, 식사도 제공할 계획이 없다"며 "오히려 카페가 생기면 노숙인 등이 자주 왕래해 쪽방 이용객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숙인 임시주거지원 사업을 통해 노숙인이 자활 초기 쪽방을 이용하도록 할 방침"이라며 "쪽방촌 주민들에게 이런 점들을 계속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