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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고등어냐 갈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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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고등어냐 갈치냐

입력
2011.12.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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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중국음식점에 가면 고민하게 된다. 바닷고기를 즐기면 고민은 또 다르다. 갈치냐 고등어냐, 다시 조림이냐 구이냐,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이걸 시켜놓으면 저게 더 맛있어 보이고, 저걸 주문했을 땐 옆 사람의 이것에 더 눈길이 간다. 멸치와 함께 갈치 고등어는 우리의 가장 사랑 받는 물고기다. 올들어 롯데마트 생선매장에서 고등어와 갈치의 매출이 50.3대 49.7로 나타나 고등어가 갈치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고 한다. 10년쯤 전에는 갈치 75, 고등어 25였던 것이 5년쯤 전엔 60대 40으로 좁혀졌고 처음으로 역전됐다 한다.

■ 갈치는 칼처럼 생겨 칼치, 혹은 도어(刀魚)라고도 한다. 게걸스레 먹는 성질 때문에 천한(?) 놈에게 붙이는 '치'자를 쓰지만, 물속에서 머리를 들고 서서 다니는 품위를 헤아려 '어'자를 달아주었다. 난류를 따라 장거리 여행을 하러 영양분을 축적한 요즘 갈치가 일품이다. "가을갈치는 돼지 삼겹살보다 낫고, 은빛 비늘은 황소값보다 높다"는 말이 있다. 진짜 비늘이 아니라 구아닌 성분 물질인데 모조진주나 매니큐어 원료로 쓰인다. 이 성분이 비린내를 없애주어 담백한 횟감이 되지만 공기 중에 머물면 금세 산화되어 오히려 비린내를 더 풍기게 된다.

■ 고등어는 보약으로도 먹는다는 등푸른 생선의 대명사다. 성인병 예방에 좋고 여성 피부미용에 도움이 된다니 '국민생선'으로 손색이 없어 일찌감치 '어'자를 달게 됐다. 흔히 '기름이 올랐다'는 말을 쓰는데, 가을고등어가 봄고등어에 비해 지질(脂質)의 양이 2배가 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늦가을엔 배와 고등어를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얕은 바다에 살고 있어 잡기엔 쉽지만 수압이 낮아 육질이 물러서 쉽게 상한다. 잡는 즉시 소금에 절이거나 냉동하여 신선도를 유지해야 한다. 내륙에선 간고등어나 냉동회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 올해 이상기온으로 모든 물고기의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연해에서 주로 잡히는 갈치는 가격이 급등해 '다이아몬드 갈치'로 불리기도 했다. 고등어도 마찬가지였으나 대서양 어장을 갖고 있는 노르웨이로부터 냉동고등어가 수입돼 가격이 안정됐다. 구이와 조림은 물론 횟감까지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으니 식탁에서 고등어가 갈치를 누른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한반도 주변의 이상기온은 더 심해질 터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9일부터 어린 물고기를 보호하고 어획 기간을 설정하는 '올해만 먹고 말 건가요?'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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