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첨예한 대립인 FTA 관련 문제는 학자 및 전문가들도 대단히 어려워하는 주제이다. 하지만 고등학생의 입장에서 용기 있게 선택하였다는 점이 돋보인다. 시사적인 면에 대한 관심, 시사적 쟁점에 대한 파악 노력, 그런 점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가지려는 자세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은 글의 어투나 내용이 전반적으로 신문의 사설을 닮았다는 점이다. 물론 신문의 사설은 훌륭한 글이지만 대학이 요구하는 논술의 성격과는 사뭇 다름을 알아야 한다. 고등학생에게 요구되는 논술의 올바른 방향은 제시문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ㆍ해석한 후 그것을 '교과과정'에서 다뤘던 주제와 연결하는 것이다. 그 주제를 근거로 적용하였을 때 판단되는 정당성이나 부당성을 자신의 논리로 풀어내는 것이 자기의 생각이 된다.
하지만 학생의 글은 교과과정의 주제를 적용하여 '판단'하기보다는 1,2,3문단에서와 같이 사실의 나열이 지나치게 많았다.
다음으로 아쉬운 점은 서론에서의 문제제기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회의 파행을 문제삼고 싶은 것인지, FTA에 대비한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인지가 모호하다. 이와 관련하여 한가지 바로잡아야 할 것은 학생의 결론에서처럼 'FTA에 대비한 민생법안'을 발목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FTA 처리에 대한 사과 없이는 내년도 예산안과 현재 필요한 민생 법안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만약 국회의 파행 자체를 문제삼고 싶었다면 ▲비준 과정에서의 상식 밖의 싸움질에 대하여 '절차적 정의'라는 개념을 적용해 보겠다는 점 ▲FTA 비준 절차와는 상관없는 예산안 심의를 연계시키는 것에 대해 '합리적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검토하겠다는 점 등을 제시하여 글의 방향을 명확히 하면 좋다. 그런 뒤에 본론에서는 위에 제시한 교과과정 개념에 비춰 현 상황을 분석하고 타당성을 따지는 형식이 돼야 한다.
그러나 학생의 글은 결론의 내용을 고려할 때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의나 대응 방식의 합리성 등을 주장하고 있다기보다는 FTA에 대비한 민생 법안이 시급하다는 점을 주장하려는 것 같다. 그렇다면 서론에서는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을 위해서 여야가 타협하여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직접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당위성(왜 필요한가?)을 ▲역사에 비춰 볼 때 국익의 관점 ▲양극화의 가능성과 사회 분열의 관점에서 살펴보겠다는 점을 제시하면 방향이 뚜렷할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의 2,3문단은 지나치게 길며 정확히 타당한 논거도 아니다. 학생의 논거는 FTA에 대한 찬반을 논하거나 법안 마련의 방향성을 논하려 할 때 다룰 수 있는 논거들이다. 따라서 본론에서는 국익과 관련하여 근현대사 과목의 개항기, 해방 직후 등을 참고하면 좋다. 외세와 관련된 격변의 시기에 국론이 분열되고 적절한 실리적 대응을 하지 못해 초래된 비극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학생이 사용한 FTA의 문제점의 내용, 윤리과목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문제점, 사회문화 과목의 농촌의 문제점 등을 적용하여 양극화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논거들을 바탕으로 하면 국회가 협력하여 FTA 관련 대응 법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당위성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첨삭지도와 기고를 희망하는 중고생은 약 2,000자 분량의 원고를 nie@hk.co.kr로 보내주십시오.
공부의 자세 대표 hckongkorea@hotmaiil.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