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화
코가 식물처럼 자라나기 시작했어요한쪽 방향으로만 한쪽 방향으로만콧속을 단순한 걸로 채워갑니다내 마음대로 주물러서 코의 형상은 바퀴
손잡이만 한 고리를 걸고반성을 모르도록 코는 진화합니다당신은 영원히 뒤를 밟겠지만나는 사라지는 코를 붙잡죠너무 많은 것들을 흘려보낸 뒤의 일이겠지만아무것도 참지 못하도록 코를 뭉치겠어요.빠른 속도로 사라지면서가까운 곳에서 코는 물이 되어가죠가장 감상적이고 성난 코를 보내드립니다
● 우리가 사랑하는 이의 체취를 맡을 수 없다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열 배는 어려워질걸요. 모든 장소와 사물은 고유한 냄새를 가지고 있어요. 심지어 폭풍조차도. 시ㆍ청각 복합 장애인 헬렌 켈러는 이렇게 썼어요. “나는 후각을 통해 다가오는 폭풍을 일찌감치 알 수 있다. 먼저 폭풍을 예감하는 흥분, 작은 떨림, 콧속의 진한 기운이 느껴진다. 폭풍이 다가옴에 따라 콧구멍은 커지고, 더 강하고 멀리 퍼지는 대지 냄새의 홍수를 받아들인다. 그러다 마침내 뺨에 빗방울이 튀는 것을 느끼게 된다.” 17세기 시인 카울리는 이런 시를 쓰기도 했어요. “이성과 후각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장미와 재스민 속에서 머무르지 않고,/ 먼지와 연기를 들이마시며/ 정신 전체를 질식시키려고 하겠는가?” 우리가 그런 드문 사람들. 우리의 도시는 어디로 가든 집들 부수는 먼지와 연기 냄새로 가득해요. 가장 감상적이고 성난 코의 관점에서 법과 정책을 입안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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