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권력구도가 박근혜 전 대표의 등판과 이상득 의원의 퇴장을 계기로 친박(親朴) 진영과 반박(反朴) 진영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지분 관계를 따질 땐 친이계-친박계-중립∙쇄신그룹이란 분류법이 적용됐었다. 하지만 최대 주주였던 친이계가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쇄신그룹 연합군에 패퇴하면서 이러한 권력구도는 조정 국면을 맞았다. 여기에 최근 '박근혜 비상대책위'의 권한과 활동 시한 문제 등을 놓고 각 진영 간 논란이 증폭되면서 친박 진영-반박 진영-중립∙관망 그룹으로의 분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반박 진영의 중심엔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등 다른 대선주자와 수도권 쇄신그룹 등이 있다. 우선 정 전 대표는 비상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으로 전당대회를 제시하고 있고, 김 지사는 외부 정치세력이 절반 이상 참여하는 비상국민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계와 연대해 '비주류의 반란'을 성공시켰던 정두언ㆍ정태근∙ 김성식 의원 등 수도권 쇄신그룹 의원들도 "박근혜 독주체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박 전 대표의 역할을 주문하면서도 공공연히 "얼굴만 바꾸면 총선을 감당할 수 없다"며 '신당 수준의 재창당'을 요구하고 있다.
신당론을 내세운 원희룡 전 최고위원도 '박근혜 대세론'에 제동을 걸고 있고, 조해진 의원 등 친이계 일부도 전당대회를 통한 거당 체제 구축을 지지하고 있다. 차명진ㆍ전여옥 의원 등 반박 진영 대선주자와 가까운 의원들도 '재창당모임'을 꾸린 상태다.
반면 친이계의 다수 의원은 친박-반박 대립 구도에서 한발 떨어져서 관망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패배 이후 '구주류'로 속절없이 밀린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친이계의 두 좌장 중 이재오 의원은 '토의종군'을 내세우며 잠행 중이며, 이상득 의원 역시 사실상 정계은퇴 수순을 밟고 있다. 회원수 70명에 달했던 이재오계 모임 '함께 내일로'는 이미 해체된 상태이다.
당 관계자들은 현재 세력 분포와 관련해 대체로 친박 진영 50~60명, 반박 진영 40~50명, 중립∙관망 그룹 60여명 정도로 분석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전과 비교해 친박 진영은 10명 정도 늘었고 중립∙관망 그룹은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권력 분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쇄신을 둘러싼 논란의 종착지는 결국 공천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전권을 행사할 경우 수도권 친이계 등을 중심으로 탈당이나 신당 창당을 향한 원심력이 더 커질 공산이 크다. 한 친이계 의원은 12일 "친이계가 와해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종언을 고한 정도는 아니다"며 "박 전 대표의 역할은 인정하지만 '박근혜당'이 될 경우 딴살림을 차리자는 목소리가 분출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m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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